러시아, 4년 넘게 억류한 미국인 석방…트럼프 “푸틴에 직접 요청”

위트코프 미국 특사 “푸틴은 인도주의자” 발언 논란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미국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 스푸트니크 / 크렘린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미국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 스푸트니크 / 크렘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운 혐의로 4년 넘게 수감했던 미국인 스티븐 허버드(74)를 석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직접 석방을 요청했으며, 별도의 죄수 교환이나 대가 제공은 없었다고 밝혔다.

BBC와 CNN에 따르면 허버드는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보공항에서 석방된 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를 만났다. 이후 미국으로 출국했으며, 가족과 재회한 뒤 텍사스의 군 시설에서 건강검진과 적응 지원 프로그램을 받을 예정이다.

미시간주 출신의 전직 교사인 허버드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군에 붙잡혔다. 러시아 검찰은 그가 우크라이나 측 방위부대에 합류해 훈련과 무기를 제공받고 전투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허버드는 2024년 용병 활동 혐의로 징역 약 7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의 나이와 평소 군사 활동에 관심이 없었던 점을 들어 혐의를 부인해왔고, 미 국무부도 그를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으로 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허버드의 석방이 자신이 지난주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에 대해 푸틴과 이야기하던 중 허버드를 풀어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그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대가로 건넨 것은 없다”며 통상적인 죄수 교환 없이 석방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허버드와 직접 통화했다며 “그는 지금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라고도 말했다.

허버드의 석방은 위트코프 특사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종전 문제를 논의하는 시점에 맞춰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허버드 석방 직후 위트코프 특사가 푸틴 대통령을 향해 “인도주의자”라고 표현하면서 미국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공화당 소속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이를 “또 하나의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고, 존 코닌 상원의원도 “푸틴은 냉혹한 살인자”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JD 밴스 부통령은 BBC의 질문에 “위트코프의 임무는 그곳에 가서 일을 성사시키는 것”이라며 “그가 무슨 말을 했느냐보다 미국인 인질을 가족에게 돌려보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위트코프의 발언에 대해 허버드 석방이라는 목적을 위해 그런 표현을 사용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사실상 두둔했다.

CNN은 허버드가 수감 기간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그의 미국 내 변호인은 건강 문제 때문에 귀국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계획은 없지만, 상태가 호전되면 향후 면담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허버드의 아들 조지프 콜먼은 아버지와 짧게 통화했다며 “수감 생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고, 풀려났다는 사실에 감사해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허버드의 석방을 환영하면서 “러시아에 부당하게 억류된 모든 미국인의 석방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무부 기준으로 현재 러시아에 '부당 구금'으로 지정된 미국인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 ET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