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아, 한국 문화 담은 신규 최상위도메인 '.HAN' 신청

14년 만에 열린 ICANN 신규 도메인 신청 접수 참여… 운영권 확보 추진
한국의 언어·문화·정서 아우르는 'HAN', 글로벌 도메인으로 육성 목표

국내 대표 도메인 등록대행사 가비아(대표 김홍국·원종홍)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에 신규 일반 최상위도메인(gTLD) '.HAN'을 단독 신청했다고 22일 밝혔다.

회사측은 신규 gTLD는 '.com', '.net'처럼 인터넷 주소의 맨 뒤에 위치하는 최상위도메인이다. '.HAN'이 도입되면 'kpop.han', 'bibimbap.han', 'seoul-tour.han'처럼 '.han'으로 끝나는 인터넷 주소를 만들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ICANN이 새로운 최상위도메인 운영 신청을 받은 것은 2012년 이후 14년 만이다. 올해 4월 30일부터 8월 12일까지 진행된 이번 접수에서 전 세계 481개 기업·기관이 약 1600건을 신청했다.

가비아
가비아

가비아가 신청한 '.HAN'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서 착안한 도메인이다. 'HAN'은 한글(Hangul), 한식(Hansik), 한복(Hanbok), 한옥(Hanok)처럼 한국 고유문화를 가리키는 이름에 두루 쓰인다. 정부가 2007년 이들 문화를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로 '한(韓)스타일(HanStyle)'을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여기에 순우리말 '한'은 '하나', '크다', '같다'는 뜻까지 담고 있어, 'HAN'은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표현이면서 폭넓은 의미를 지닌 말이기도 하다.

'.HAN'은 주소 앞부분과 이어 읽으면 하나의 단어가 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Nathan', 'Jonathan' 같은 이름을 'nat.han', 'jonat.han'처럼 표현할 수 있고, '행복한(haengbok.han)', '시크한(chic.han)'처럼 우리말을 활용한 주소도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유튜브의 단축 주소 'youtu.be'처럼 해외에서 기억하기 쉬운 브랜드 주소로도 활용돼 왔다.

가비아는 '.HAN'이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으면서도, 국적과 언어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만의 주소를 만들 수 있는 도메인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K-컬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해외 이용자에게는 새로운 주소의 선택지를, 국내 이용자에게는 우리말로 브랜드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가비아는 '하나'라는 '한'의 뜻처럼 '.HAN'을 전 세계 이용자를 잇는 글로벌 도메인으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HAN'이 최종 승인되면 가비아는 '.han' 주소 전체를 관리하는 운영기관(레지스트리)을 맡게 된다. 그동안 다른 기관이 운영하는 도메인을 판매해 왔다면, 앞으로는 '.HAN' 도메인을 직접 운영하는 주체가 되는 셈이다. '.com'을 미국 베리사인이, '.kr'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운영하는 것과 같은 역할이다.

'.HAN'은 특정 기업이나 기관만 쓰는 도메인이 아니라, 누구나 등록할 수 있는 '개방형 도메인'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한류 콘텐츠 기업은 물론 전 세계 개인과 단체도 자유롭게 주소를 만들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실제 운영까지는 ICANN의 심사와 최종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ICANN은 신청된 도메인 이름과 신청 기관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며, 이 과정에서 각국 정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도 거친다. '.HAN'은 가비아 단독 신청인 만큼, 복수 신청자 간 경매 등 경합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가비아는 ICANN의 최종 승인 후 인터넷에 정식 등록되기까지 약 2~3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반 이용자는 그 이후부터 '.han' 주소를 등록할 수 있다.

김상민 가비아 도메인사업팀 팀장은 “요즘은 '.com'에서 짧고 기억하기 쉬운 주소를 찾으려 해도 대부분 이미 누군가 쓰고 있다”며 “'.HAN'은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전 세계 이용자가 새로 만들 수 있는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도메인 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HAN'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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