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표기 논란에 제품명 바꾼 식물성 음료...우유와 영양 차이는?

'밀크' 표기 논란에 제품명 바꾼 식물성 음료...우유와 영양 차이는?

스위스에서 식물성 음료 포장에 우유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식품 표시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식물성 음료의 명칭과 소비자 정보 제공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판결 이후 한 식물성 음료 브랜드는 귀리 음료의 제품명을 변경했다. 이를 계기로 우유와 식물성 음료의 원재료 및 영양 성분 차이를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주목받고 있다.

논란이 된 제품은 한 식물성 음료 브랜드가 판매하던 귀리 음료다. 해당 브랜드는 제품 포장 전면에 'SHHH… THIS IS NOT M*LK(쉿… 이건 우유가 아니야)'라는 문구를 사용했으나, 스위스 취리히주 식품관리 당국은 2022년 해당 표시를 적용한 제품의 유통을 금지했다. 제조사 측은 이에 불복했지만 2024년 취리히주 행정법원에서 항소가 기각됐으며, 2026년 3월 27일 스위스 연방대법원도 4대 1로 항소를 기각하면서 기존 판단을 유지했다. 법원은 우유가 동물의 젖에서 얻는 식품이라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음료에 우유를 연상시키는 명칭이나 문구를 표시하면 소비자가 제품의 성격을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유가 아니다'라는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거나 'MILK'의 일부 글자를 기호로 바꾸더라도 포장 전면에서 우유라는 명칭을 강조하는 방식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식품의 실제 원재료를 부정문으로 설명했다고 해서 표시 규정상의 문제가 반드시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제품을 설명하는 문장의 내용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전체적인 표현 방식과 인상도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판결은 실제 제품명 변경으로 이어졌다. 해당 브랜드는 2026년 9월 15일 스위스에서 판매하는 귀리 음료의 명칭을 기존 'SHHH… THIS IS NOT M*LK'에서 'SHHH… THIS IS TASTY(쉿… 이건 맛있어)'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우유와의 차이를 강조하던 기존 문구를 제품의 맛을 소개하는 표현으로 전환한 것이다. 법적 판단에 따라 식품의 포장과 브랜드 메시지까지 수정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유사한 논의는 스위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국에서는 식물성 음료 기업이 사용한 'POST MILK GENERATION'이라는 표현을 상표로 등록하는 문제를 두고 분쟁이 발생했으며, 대법원은 해당 상표의 등록을 허용하지 않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영국 사례는 상표권에 관한 분쟁으로, 식품 표시 규정을 다룬 스위스 사건과는 법적 쟁점에 차이가 있다. 호주에서도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명칭을 비유제품에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낙농업계를 중심으로 제품 표시 규제와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정확성을 둘러싼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마다 관련 법령과 판단 기준은 다르지만, 식품의 이름이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와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문제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식품명은 소비자가 제품을 처음 접했을 때 원재료와 특성을 판단하는 출발점이다. 따라서 이름이나 광고 문구가 전달하는 이미지와 실제 제품의 구성에 차이가 있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비슷한 용도로 소비된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다른 식품의 특성까지 동일하게 인식하지 않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구분은 우유와 식물성 음료의 영양 성분을 살펴볼 때도 필요하다. 우유는 양질의 단백질과 칼슘을 비롯해 비타민 B12, 리보플라빈, 인, 칼륨 등 다양한 영양소를 자연적으로 함유하고 있다. 우유 속 단백질은 근육과 신체 조직의 형성 및 유지에 관여하며, 칼슘은 뼈와 치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다. 일상적인 식사를 통해 이들 영양소를 함께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이 우유의 영양학적 특성이다.

반면 귀리와 아몬드, 콩 등을 원료로 제조한 식물성 음료는 사용하는 재료와 가공 방식에 따라 영양 구성이 달라진다. 일부 제품에는 칼슘이나 비타민 등을 별도로 첨가하기도 하며, 이러한 영양 강화 여부에 따라서도 제품 간 차이가 나타난다. 특정 영양소를 강화한 식물성 음료는 해당 성분을 우유와 비슷한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지만, 모든 식물성 음료가 우유와 같은 영양 성분을 함유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식물성 음료의 영양 성분은 원재료와 제조·가공 방식, 첨가 성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제품명이나 외형만을 기준으로 식품을 선택하기보다 원재료명과 영양정보를 확인해 자신의 식생활에 적합한 제품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는 우유와 식물성 음료 가운데 특정 제품의 선택을 제한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서로 다른 식품이 지닌 특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을 돕자는 취지다. 비슷한 용도로 마시는 음료라 하더라도 영양 성분까지 같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구체적인 제품 정보를 살펴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관점에서 식품 표시와 광고 환경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물성 대체식품의 표시·광고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바 있다. 다만 관련 기준이 제조사의 완제품 포장뿐 아니라 소비자가 식품을 구매하고 이용하는 다양한 판매 현장에서도 충분히 반영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곳이 카페와 디저트 전문점 등 외식업장이다. 일부 매장에서는 귀리나 아몬드로 만든 식물성 음료를 활용한 메뉴를 '오트 밀크', '아몬드 우유' 등의 이름으로 판매한다. 이때 소비자가 메뉴 이름만 보고 제품의 원재료를 판단한다면 실제 사용된 재료와 기대한 식품의 특성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메뉴명과 제품 설명에 원재료의 특성이 정확하게 반영돼 있는지, 소비자가 일반 우유를 사용한 메뉴와 식물성 음료를 사용한 메뉴를 명확히 구별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완제품에 적용되는 표시 기준뿐 아니라 외식 현장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정확성과 관련 기준의 적용 범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에서 발생한 이번 제품명 변경 사례는 식품 표시를 둘러싼 법적 판단이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제품명과 광고 문구, 실제 원재료 및 영양적 특성이 일치하도록 관련 기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제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있는지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유의 영양학적 가치와 국산 우유가 지닌 특성을 정확하게 알리는 일도 이러한 정보 제공의 연장선에 있다. 소비자가 식품의 이름이나 포장 이미지에만 의존하지 않고 원재료와 영양 성분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유가 일상적인 식생활에서 제공하는 영양적 가치와 식물성 음료의 개별적인 특성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스위스 사례의 핵심은 식물성 음료의 판매 여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원재료로 만든 식품을 어떤 명칭과 표현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할 것인가에 있다. 제품명 변경으로 이어진 법원의 판단은 식품 표시가 단순한 마케팅 요소를 넘어 소비자의 제품 이해와 관련된 문제임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완제품과 외식 메뉴 등 다양한 소비 접점에서 원재료와 영양 성분에 관한 정보가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유은정 기자 judy695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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