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의 대표적인 이공계 대학원생 장학 사업인 대학원생연구펠로우십(GRFP)에 과학 교육과 일부 사회과학 분야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며 현지 과학기술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첨단 분야에 지원이 몰리면서 기초·융합 과학과 인력 양성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국립과학재단(NSF)은 2027년도 GRFP 지원자 접수를 23일(현지시간) 마무리했다. GRFP는 미국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인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대학원생에게 연간 생활비와 교육비 5만3000달러(약 7020만원)를 3년간 지원하는 사업이다.
내년도 GRFP 선발 규모는 역대 최다였던 2026년 약 2600명과 달리 공고문 기준 1500명으로 급감했다. 모집 분야는 대분류에서 STEM 교육·연구 분야가 빠졌고, 커뮤니케이션, 문화인류학, 국제관계 등 사회과학 분야 8개 세부 전공도 제외됐다.
공고에는 인공지능(AI), 양자정보과학, 생명공학, 사이버보안, 계산집약 연구 등이 지난해에 이어 미국 행정부 우선순위에 맞춘 중점 분야로 명시됐다. NSF는 과학계 변화와 기관 우선순위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원 분야를 수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지 보도에서 전직 NSF GRFP 프로그램 담당관인 지젤 뮬러-파커는 “1500명이라는 선발 예정 인원만으로도 지원자 다양성과 분야 폭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NSF가 규칙 변경 전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행동·뇌과학학회 연합과 사회과학학회 연합은 이번 NSF의 공고가 사회·행동·경제과학(SBE)국 폐지 수순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SBE 분야 역시 신규 과제가 평균의 10% 수준에 불과하고, 이번 GRFP 공모에 SBE국이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NSF는 SBE국이 폐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국의 움직임은 STEM 교육 투자를 늘리는 중국·유럽과 대조적이다. 중국 국무원은 올해 6월 발표한 제15차 5개년(2026~2030년) 교육 계획에 과학기술·인재 교육 역할 강화를 담았고, 지난해 9월에는 상하이에 유네스코 국제 STEM 교육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유럽연합(EU)은 1000만유로(약 140억원) 규모의 'STEM 스킬 파운드리' 등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장학생 선발 분야가 특정 첨단 분야에 쏠리면 인재 육성 사업에서 기초·융합·사회과학·교육 분야의 균형을 맞추기 어렵게 된다”면서 “이 변화가 과학 교육·과학 소통 연구 인력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