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등과 CCTV 협약 맺은 지자체 14곳, 4곳 계약만 700억원대·최장 10년 묶여
중기부 CCTV 임대서비스 질의에도 “경쟁제품 아니다” 답변
임 “600여개 경쟁제품 임대·결합·MOU 계약 전수조사, 판로지원법 개정 추진”

중소기업만 납품할 수 있는 공공 폐쇄회로(CCT)V 시장에 KT·LG유플러스 등 대기업 통신사가 카메라에 통신회선·유지관리를 묶은 '임대' 방식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그 근거로 중소벤처기업부의 '공공구매제도 실무가이드'가 활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임문영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산을)이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T와 CCTV 공급 협약을 맺은 지자체는 6개 시·도 14개 시·군·구에 달한다. 경기 하남시, 전북 김제시·부안군의 KT 계약과 광주광역시의 LG유플러스 계약 등 4곳의 계약 규모만 700억 원대이며, 계약기간은 7~10년이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판로지원법)에 따라 CCTV 카메라, 영상감시장치, 설치용 금속기둥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공공기관은 중소기업끼리의 경쟁 입찰로 구매해야 한다. 법제처도 다른 물품과 묶어 구매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경쟁제품은 분리 발주해야 한다고 해석한 바 있다.
하지만 KT는 카메라·기둥·통신회선·유지관리를 묶은 결합·임대상품 'CCTV 올인원'을 지자체에 공급하며, 홍보자료에서 '한 번의 발주'로 끝난다는 점을 내세웠다. 김제시는 KT와 10년짜리 협약을 맺으면서 입찰공고를 내지 않았고, 계약방법을 'MOU 체결에 따른 계약'이라고 답했다. 계약금액과 협약서는 KT와의 비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중기부 '공공구매제도 실무가이드'에는 '경쟁제품 임대는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 대상이 아니'라는 문구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연속 실렸고, 중소기업중앙회도 이를 근거로 임대서비스는 경쟁제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안내했다.
중기부는 이 문구가 정수기 임대 사례를 잘못 기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원실 확인 결과 중기부는 2022년 11월과 2025년 11월, CCTV 임대의 경쟁제품 해당 여부를 묻는 민원에 두 차례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이달 임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서는 임대·리스 계약에도 판로지원법이 적용될 수 있고, 대기업 통신사는 원칙적으로 CCTV 공공조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KT와 협약한 14개 시·군·구 중 8곳은 지난해 6월 이후 협약을 체결했지만, 중기부는 임대·결합 방식의 경쟁제품 공급 실태를 조사한 적이 없다('해당사항 없음'). 임대·서비스 계약은 물품 구매실적에도 잡히지 않아 공급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13개 시·도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삼성 계열 보안업체 에스원과 CCTV 계약을 맺은 학교는 2600곳이 넘어 전국 학교 1만2260곳의 약 21%에 이른다.
바로잡을 수단도 마땅치 않다. 중기부는 판로지원법 위반만으로 대기업을 제재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규정이 없다고 밝혔고, 행정안전부도 해지를 위해서는 거짓이나 의무 불이행 등 별도 사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남시-KT 계약은 2034년까지 이어진다.
이 같은 문제를 두고 임문영의원은 중기부장관에 대한 질의를 통해 “중소기업을 지키라고 만든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대기업의 영업자료가 됐다”며 “임대서비스라고 부르고 회선과 묶어 양해각서(MOU)라는 이름을 붙이는 사이 중소기업간 경쟁시장이 관리통제 밖에서 잠식되고 있었다. 연간 4200억원 규모의 CCTV 공공시장에서 중소기업 2714곳이 대기업의 하청협력사로 밀려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중기부는 가이드라인과 민원 답변부터 바로잡고, 600여개 경쟁제품 전체의 임대·결합·MOU 계약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며 “임대 계약도 공공구매 실적에 반영하고, 위반 계약을 시정할 수 있도록 판로지원법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남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