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에 결혼해도 욕 먹는 아이돌…日 팬들 "활동 끝나고 가정 꾸려라" 결국 해체

일본 아이돌 그룹 웨스트(WEST.) 멤버 출신 하마다 타카히로. 사진=인스타그램
일본 아이돌 그룹 웨스트(WEST.) 멤버 출신 하마다 타카히로. 사진=인스타그램

일본 대중음악계에서 아이돌의 연애와 결혼을 둘러싼 논쟁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과거 소속사의 금지 규정으로 여겨졌던 연애 문제가 이제는 팬들과의 마찰로 번지는 양상이다. 30대 후반의 남성 아이돌조차 결혼 소식을 전했다는 이유로 일부 팬들의 비판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아이돌의 열애나 혼인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온라인에서 악성 댓글과 개인을 겨냥한 공격이 반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7인조 그룹 웨스트(WEST.) 역시 멤버들의 사생활 관련 소식이 알려진 뒤 일부 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앞서 지난 8월 웨스트 소속 시게오카 다이키(34)와 하마다 타카히로(38)는 나란히 결혼 사실을 공개했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자녀 출산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부 팬들은 아이돌 활동을 마친 다음 가정을 꾸렸어야 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그룹은 9월 말 활동 종료 계획을 발표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과거 일본 연예계에서는 아이돌의 사적인 연애가 금기시되는 분위기가 강했다. 연예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에게 교제 금지 서약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질 정도로 엄격하게 다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연예인의 노동권과 사생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면서 기획사가 일방적으로 연애를 제한하는 관행은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체에 현재는 연애를 금지하는 소속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팬덤 내부에서는 아이돌의 연애와 결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는 소속사와 연예인 사이에서 벌어지던 문제가 오늘날에는 팬과 아이돌 사이의 충돌로 옮겨갔다는 설명이다.

과거 아이돌로 활동했으며 현재 사회학 연구원으로 일본 아이돌 문화를 연구하는 카미오카 마나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현상이 아이돌에게 완벽하고 흠 없는 모습을 기대하는 문화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연애 등 사생활 논란이 없어야 이상적인 아이돌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팬들에게도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팬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정상에 올려놓기 위해 열성적으로 응원하면서 자신을 스타와 같은 편에 속한 존재로 받아들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팬들이 오랫동안 믿어온 이미지와 실제 연예인의 삶이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실망과 분노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결혼이나 교제 사실을 공개한 아이돌을 향해 그동안 쏟은 시간과 비용을 돌려달라며 환불을 요구하는 반응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돌을 향한 팬들의 애정이 사생활에 대한 권리 주장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두고, 연예인의 개인적인 선택과 팬덤이 기대하는 이미지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 ET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