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주변에는 사람의 움직임이나 바람, 물결, 진동처럼 버려지는 기계적 에너지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면 웨어러블 센서와 로봇, 의료기기 등을 작동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주변의 에너지를 모아 전기로 바꾸는 기술을 '에너지 하베스팅'이라 한다. 최근에는 유연한 소재의 변형에 따른 자기장 변화를 이용하는 '연성 자기탄성 변환'이 차세대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전북대학교는 정창규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이 이러한 연성 자기탄성 변환(soft magnetoelastic transduction)의 작동 원리부터 소재 설계와 응용 기술, 향후 발전 방향까지 체계적으로 집대성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의 저명 국제학술지 '프로그레스 인 머터리얼스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이 학술지는 인용지수(IF) 42.9로 재료 분야 상위 0.7%에 해당하는 초청 논문을 중심의 저널이다.
논문명은 김현승 박사와 엄태욱 석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연성 자기탄성 변환의 물리적 메커니즘과 소재·소자 설계를 비롯해 에너지 하베스팅, 자가발전 센싱, 바이오전자소자 응용에 이르는 연구 동향을 폭넓게 분석했다.
연성 자기탄성 변환은 유연한 고분자 내부의 자성입자가 외부 힘에 의해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자기장 변화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이다. 기존 압전·마찰전기 방식과 비교해 높은 전류 출력과 낮은 내부 저항을 구현할 수 있고, 습기가 많거나 물속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자성입자 사이의 상호작용과 소재의 구조적 변형, 전자기유도 원리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소재 내부의 미세구조가 발전 성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고, 에너지 변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소재·소자 설계 방향을 제안했다.
기술의 활용 가능성과 상용화를 위한 과제도 함께 짚었다. 음성 인식과 심장 모니터링, 로봇 피부, 웨어러블 센서부터 풍력·파력 발전까지 다양한 응용 사례를 분석하고, 각 분야에서 요구되는 성능과 개발 방향을 정리했다. 특히 출력 전압 향상, 자성입자 함량 증가에 따른 신축성 저하 문제 해결, 장기 내구성과 생체적합성 확보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개별 소재나 소자의 성능을 살펴보는 데 그치지 않고, 물리적 원리와 소재 설계, 실제 응용을 연결해 기술 전반을 조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차세대 자가발전 시스템에 적합한 고성능 소재와 소자를 개발하는 데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창규 교수는 “연성 자기탄성 기술은 기존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의 한계를 보완하고, 웨어러블 기기부터 바이오전자소자와 수중 에너지 시스템까지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라며 “이번 리뷰는 자기탄성 변환의 물리적 원리부터 소재 설계와 실제 응용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향후 고성능 자기탄성 소재와 소자 개발을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광주과학기술원(GIST), 미국 UCLA 등과 공동 기획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국가아젠다, 세종과학펠로우십, JBNU-KIST 산학연융합플랫폼, AX선도창업가형인재양성 사업과 산업통상부 산업기술알키미스트 사업, 교육부 BK21 4단계, ANCHOR 사업(구 RISE 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전남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