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라믹기술원(KICET·원장 윤종석)이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에 사용되는 특수 유리 소재인 '감광성 결정화 유리'를 개발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고성능 컴퓨팅(HPC)용 차세대 패키징 기판 소재의 국산화를 기대할 수 있는 성과다.
KICET은 하스, 한국항공대학교, 엘엑스글라스와 함께 반도체 칩을 연결하는 유리기판에 미세한 구멍인 관통비아(TGV)를 만들 수 있는 소재와 가공 기술을 개발하고 지름 200㎜급 유리기판 시편 제작과 강도 향상 등의 성과를 거뒀다.
최근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 화두는 단연 유리기판이다. 유리기판은 반도체 칩을 올려놓고 연결하는 받침판으로 기존 플라스틱 계열 기판보다 표면이 매끄럽고 열에 의한 변형이 적어 작은 회로를 촘촘하게 만들고 전기 신호의 손실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문제는 유리가 충격에 깨지기 쉽고 기판 위아래를 연결하는 미세한 구멍을 일정한 크기로 만들기 어려워 튼튼한 소재와 정밀한 가공 기술 확보가 상용화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연구팀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외선에 반응하는 감광성 결정화 유리 소재를 개발하고 원료의 배합부터 유리기판 제작, 자외선 조사, 열처리, 화학용액을 이용한 가공에 이르는 기술을 확보했다.

감광성 결정화 유리는 자외선을 쬐고 열을 가하면 빛을 받은 부분에 선택적으로 결정이 생기는 특수 유리다. 해당 부분을 화학용액으로 제거하면 여러 개의 미세한 구멍을 정밀하게 만들 수 있어 반도체 패키징에 활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개발한 소재를 활용해 지름 200㎜급 대면적 유리기판 시편을 제작했다. 같은 소재의 100㎜급 기판에서 미세 구멍을 형성할 수 있음도 확인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유리기판 대면적화 가능성뿐 아니라 소재 강도와 미세한 구멍을 정밀하게 만드는 기술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개발 소재는 휘는 힘을 견디는 정도인 굴곡강도가 440MPa로 측정돼 기존 붕규산염 유리보다 약 2배 높은 강도를 나타냈다. 향후 유리기판을 더 얇게 만들고 제조 과정에서 깨질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지름 60∼200㎛ 크기 미세한 구멍을 만들 수 있었고 두께 1.5㎜ 유리기판을 완전히 관통하는 구멍을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구멍 앞면과 뒷면 지름은 각각 109㎛와 106㎛로 차이가 3㎛에 불과해 구멍 크기와 모양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산업통상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중이며 2028년까지 300㎜급 대면적 유리기판 제작과 미세 가공 기술을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다.
한윤수 박사는 “국내에서도 반도체 패키징용 감광성 결정화 유리 소재를 설계하고 제조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향후 대면적화와 미세 가공 기술을 고도화해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소재의 국산화와 산업현장 적용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진주=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