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제조현장에 이식된 'AI 심장'… 구미·포항 산단, 자율제조 대전환 닻 올렸다

467억 투입해 AI 입는다… 구미·포항 산단 'AX 실증사업' 닻 올렸다
맞춤형 솔루션부터 종합지원까지, 구미 산단 '원스톱 AI 이식' 나선다
사라질 위기의 쇳물 다루는 '감(感)', 포항 산단은 AI로 물려받는다
“단순 장비 지원 넘어 체질 개선”… 전자·철강 혈맥에 지능형 심장 단다

소음과 열기로 가득하던 제조 현장의 기계와 로봇에 스스로 공정을 판단하고 제어하는 'AI라는 강력한 심장'이 이식되고 있다. 인간 숙련공의 감각에 의존해 고요히 흐르던 경북 국가산업단지의 생산라인이, 실시간 데이터를 주입받아 거칠게 박동하는 최첨단 자율제조 현장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산업통상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지난 7월 공모를 통해 경북지역 대표 기업 및 중소 협력업체들과 손잡고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AX(AI transformation·인공지능 전환) 실증산단'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구미·포항 AX 실증산단 동시 선정…'5극 3특' 4대 성장엔진의 든든한 기반

구미국가산단 전경
구미국가산단 전경

경북의 핵심 산업 거점인 구미와 포항 국가산단은 지난 7월 'AX 실증산단' 공모사업에 동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이번 선정 결과는 정부의 5극 3특 균형발전 전략에 따라 구상한 대구·경북권 4대 성장엔진(반도체, 이차전지, 첨단로봇, 미래모빌리티) 육성 전략에도 부합하고, 향후 구미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공급망과 포항의 이차전지·철강 등 지역주력 산업이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제조 데이터 활용과 AI 실증 기반을 AX 실증산단 사업이 선제적으로 담당할 예정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4년간 467억 투입…산단공 경북본부 주관, 구미·포항 대표 기업 총출동

사업의 세부 내용을 보면 올해부터 2029년까지 4년간 총 467억 원(구미 245억 원, 포항 222억 원) 규모의 재원이 투입되어 제조업 AI 전환을 위한 핵심 공용인프라가 마련된다.

우선 구미 산단은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북지역본부를 주관기관으로 '구미국가산단 풀스택 AI 실증을 위한 첨단 M.AX 허브 구축 및 운영'을 목표로 삼았다. 구미 사업은 크게 세 가지 핵심 축으로 추진된다.

지역 대표 기업인 원익큐앤씨, KEC, HT로보틱스 3개사를 'AX 대표 선도공장'으로 지정해 맞춤형 AI 솔루션과 데이터셋을 선제적으로 구축·실증한다.

이와 함께 100TB급 데이터스테이션을 내재화한 'AX 종합지원센터'를 구축해 AX 도입을 원하는 기업의 진단부터 실증, 확산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AI 기술 개발을 위한 '제조 AI 오픈랩'을 가동해 검증된 솔루션을 관련 중소기업의 생산공정으로 이식할 계획이다.

AX 실증산단 사업 컨소시엄 체계 및 역할
AX 실증산단 사업 컨소시엄 체계 및 역할

포항 산단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주도로 현장 명장들의 머릿속에만 머물던 '베테랑의 지식(암묵지)'을 AI로 자산화한다. 또 철강 대표 기업 동국제강과 제일테크노스를 AX 선도공장으로 지정해 맞춤형 AI 기술을 실증한다. 향후 새롭게 조성될 'AX 종합지원센터'는 이렇게 검증된 기술을 지역 중소기업에 보급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맡아, 자금과 기술력이 부족한 협력사들도 공정 자동화와 현장 안전 관리, 설비 예지보전 체계를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이끌 예정이다.

▲초기 투자 부담·보안 고충 덜고… 구미·포항 현장 애로 타파할 AI 솔루션

실제 현장에서는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그동안 구미 국가산단 내 반도체·전기전자 관련 기업들은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한 보안 우려와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 부담으로 인해 AI 기술 도입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왔으며, 정밀공정의 수작업 불량 검사나 설비고장 사전 예측 측면에서도 한계에 직면해 있었다. 이번에 구축될 AX 종합지원센터와 제조 AI 오픈랩은 중소기업의 보안 및 AI 도입 비용 장벽을 대폭 낮추고, 제조 공정의 생산성과 예지보전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맞춤형 해결책이 될 전망이다.

포항 산단의 경우, 은퇴를 앞둔 50대 이상 숙련공 비율이 45%에 달해 수십 년간 쌓인 쇳물 다루는 '감(感)'이 사라질 위기였다. 또 고온·고위험 공정이 많아 단 한번의 실수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불안감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에 도입되는 AI 기술은 명장들의 노하우를 물려받아 초보자도 전문가처럼 조업할 수 있게 가이드해 주며, AI 비전 카메라가 근로자의 위험 상황이나 설비 고장 징후를 먼저 파악해 즉시 경고를 보낸다. 이를 통해 생산성은 획기적으로 높이고 안전사고는 원천 차단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AX통합지원센터 공간 구성
AX통합지원센터 공간 구성

▲초기 진통과 데이터 파편화의 벽… 현장 밀착형 실증과 전주기 지원으로 정면 돌파

물론 대규모 AX 전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구미 부품·소재 협력사들의 아날로그·노후 설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파편화, 포항 철강·이차전지 공정 특유의 고온·고위험 특수 환경에 AI 센서를 적응시키는 기술적 난제는 사업 추진의 명확한 한계이자 넘어야 할 산이다. 여기에 AI 기반 공정 도입 시 기존 현장 숙련공들이 느낄 적응 부담과 전문 운영 인력 부족 역시 극복 과제다.

포항 국가산단 AX 실증산단 사업 구조도
포항 국가산단 AX 실증산단 사업 구조도

산업통상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는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단순 장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기업별 맞춤형 AI 진단·컨설팅부터 정밀 제조·제련 공정에 특화된 데이터 표준화 가이드라인, 재직자 대상 전문 교육 프로그램까지 전방위 지원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또 구미의 원익큐앤씨·KEC·HT로보틱스, 포항의 동국제강·제일테크노스 등 선도 공장 중심의 실증 사례를 모델 삼아 초기의 시행착오를 최단 기간 내에 극복하고, 현장에 뿌리내린 체화된 AX 솔루션을 산단 전체로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심상원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북지역본부장은 “구미와 포항의 AX 실증산단 동시 선정은 경북 산업단지가 단순 생산 거점을 넘어 AI 기반의 지능형 제조업 거점으로 전환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전자와 철강이라는 강력한 제조업의 혈맥 위에 'AX라는 강력한 AI 심장'을 달아, 경북을 넘어 대한민국 제조업 전반이 다시 한번 힘차게 뛰는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경북=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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