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첨가물 하나에도 '비만 경고문' 추진…K푸드 가공식품 전반 사정권

당·나트륨 함량과 별도로 향료·유화제 사용 여부 기준
포장 앞면에 비만·당뇨 위험 표시…대미 수출업계 주목

K푸드 최대 수출국인 미국에서 당이나 나트륨 함량과 별도로 향료·유화제 등 특정 첨가물을 하나라도 사용한 식품에 건강 위험 경고문을 붙이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라면·과자는 물론 첨가물을 쓰는 국산 가공식품 전반이 경고표시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대미 수출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미국에서 초가공식품 포장에 건강 위험 경고문을 표시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생성형 인공지능(AI) 제작 이미지.
미국에서 초가공식품 포장에 건강 위험 경고문을 표시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생성형 인공지능(AI) 제작 이미지.

1일 미국 상원에 계류 중인 '아동 당뇨병 감소법안' 원문에 따르면 이 법안은 향미증진제·유화제·향료 등 법안에 열거된 산업용 성분을 하나 이상 포함한 식품을 초가공식품으로 분류한다. 당·나트륨·포화지방 함량 기준은 분류 요건에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건강한 식품'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 등만 예외로 뒀다.

이는 기존 미국 내 규제보다 적용 범위가 넓다. 앞서 초가공식품을 법으로 처음 정의한 캘리포니아주는 특정 첨가물을 쓰면서 포화지방·나트륨·첨가당 함량이 일정 기준을 넘는 식품 등을 초가공식품으로 봤다.

반면 상원 법안은 첨가물 사용 여부만으로 판단한다. 설탕을 뺀 '제로' 제품도 예외가 아니다. 법안은 스테비아·수크랄로스 등 고감미료도 판단 성분에 포함했고, 고감미료를 쓴 식품에는 별도 경고문까지 붙이도록 했다.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되면 “초가공식품과 음료 섭취는 체중 증가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는 경고문을 포장 앞면의 최소 5% 면적에 굵은 글씨와 느낌표 아이콘으로 표시해야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제정 1년 뒤부터 적용된다.

법안은 지난 7월 상원 보건위원회를 찬성 12표, 반대 10표로 통과했다. 법률로 확정되려면 상·하원 통과와 대통령 서명 등이 남아 있다. 미국 낙농업계는 우유·치즈까지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별도로 초가공식품의 첫 공식 정의안을 마련 중이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은 한국 농식품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미 농식품 수출액은 10억4000만달러로, 라면(1억7530만달러)과 과자(1억5010만달러)가 각각 24.4%, 12.0% 늘며 증가세를 이끌었다.

법안이 통과돼 국내 제품이 경고표시 대상으로 분류되면 미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포장을 바꿔야 한다. 한국에서 수출한 제품뿐 아니라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도 경고표시 대상이 될 수 있다. 아동 대상 광고도 제한되는 만큼 해당 제품의 현지 마케팅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 업계는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미국의 초가공식품 규제 기조는 뚜렷한 만큼, 국내 수출기업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도 관련 법안과 기준 마련 동향을 파악하고 자체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 수출기업에 적용 대상과 준비 사항을 안내하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계류 중이고 초가공식품 정의안도 공개되지 않아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마땅치 않다”며 “미국 내 관련 논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개별적으로 법안 추진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현지 대형 글로벌 식품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소진 기자 so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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