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 소프트웨어(SW)사업의 '제값받기'를 위해 발주기관의 업무량 산정 책임을 명확히 하고 국가계약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사업비 산정에 쓰이는 기능점수(FP)를 과업변경과 계약금액 조정의 기준으로 활용하도록 입찰·계약체계를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5일 양창호 공공산업정책연구원장은 서울 켄싱턴 호텔 여의도에서 진행된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ITSA) 이사회에서 국가계약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공공 SW 사업 적정대가를 받기 위해서는 국가계약제도 상에 과업 변경 근거, 기준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양 원장은 일이 늘어도 비용은 기업이 떠안는 구조를 바꿔야 수익성과 공공SW 품질을 함께 지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SW사업은 계약 후 분석·설계 과정에서 업무량이 구체화되지만, 처음 산정한 FP를 계약상 기준으로 삼기 어려워 늘어난 일의 대가를 둘러싼 분쟁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특히 양 원장은 최초 발주 단계부터 SW의 가치를 제대로 산정하는 것이 기업이 적정 이윤을 확보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FP가 제대로 측정되고 단가가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며 “출발점이 낮으니 계약금액과 낙찰금액도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 원장은 추가 업무에 맞춰 대가를 지급하려면 발주기관이 처음 맡길 일의 양부터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도 개선의 핵심은 FP 산출 책임을 발주기관에 지우는 것”이라며 “발주기관이 물량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발주기관이 업무량을 명시해 제시하면 업체가 항목별 단가를 써내는 '내역입찰' 방식을 제안했다. 업무량과 단가를 계약에 명시해, 일이 늘었을 때 추가 대가를 계산할 기준으로 삼자는 취지다.
계약 후 설계를 마쳤을 때 업무량이 처음과 다르면 계약금액도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절차와 추가 비용을 계산하는 방법을 시행령과 계약예규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업심의위원회에서 일이 늘었다고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고 봤다.
양 원장은 “구속력이 있으려면 계약문서화가 돼야 한다”며 “위원회 판단에 맞춰 계약서를 고치고, 실제 돈을 지급하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이 부족하면 덜 시급한 업무를 빼고, 다음 해 예산을 확보해 따로 발주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일을 요구하기보다 업무량을 조정해 기업이 정당한 대가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부도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FP를 기준으로 늘어난 일과 추가 대가를 따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은 부족하다는 게 양 원장의 평가다. 그는 “국회와 정부를 동시에 설득해 나가는 병행 작업이 필요하다”며 법 개정과 하위 규정 정비를 함께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ITSA는 2026년도 중점 추진과제(△SW진흥법 개정에 따른 하위법령 정비 대응 △국가계약법 개정안 대응) 진행 현황을 보고했다. 앞으로도 업계 의견을 모아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SW기업이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힘쓸 방침이다.
신장호 ITSA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과업변경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급을 위해 다시 한번 이 자리에 모였다”며 “이번 이사회에서 협회가 준비한 제도 개선 사안을 논의하고, 회원사 의견과 업계 요구사항을 국회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