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의 도약을 천명하고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의 급을 국무총리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 우리 발사체를 이용한 달 착륙 꿈을 이뤄내는 등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우주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1단부 종합연소시험을 참관한 뒤 '대한민국 우주전략 보고회'에 참석, 올해 10월 발사 예정인 독자 우주발사체 확보를 기반으로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유럽, 인도 등 우주 선진국들은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해 자주적 우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우주발사체는 위성 발사와 우주탐사를 위해 필요한 운송 수단으로, 국가 간 기술 이전이 불가능해 독자 개발이 필수적이다.
박수경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우주발사체 확보는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우주 주권 확보를 의미한다”면서 “발사체 기술 또한 영하 183도의 극저온 액체산소와 3000도의 화염을 이겨내는 극한의 기술로, 기술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수십만개 부품으로 구성, 항공·전자·통신·소재 등 전후방 연관 산업이 넓어 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짙다. 현재까지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는 약 300개 기업이 참여했다.
문 대통령은 발사체 개발 성과를 이어 받아 달 탐사와 소행성 탐사 등 글로벌 위상에 걸맞은 도전적 우주탐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우주정책의 대외적 위상 확보 및 민·군 통합 우주개발 계획 수립을 위해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맡은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의 급을 국무총리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내년에 달 궤도선을 발사하고, 2030년까지 우리 발사체를 이용한 달 착륙의 꿈을 이루겠다”며 “2029년 지구에 접근하는 아포피스 소행성에 대해서도 타당성을 검토해 탐사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또 자율주행차, 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의 필수 인프라로 꼽히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실시간 관측을 위한 초소형 군집위성 등 다양한 목적 위성 개발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에 따른 고체연료 사용 제한 해제를 계기로 민간의 고체연료 발사체 개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고체연료발사장을 건설한다. 우주산업 클러스터 등 민간 우주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우주 산업 지원 인프라도 구축, 글로벌 우주기업 육성에 나서겠다는 복안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보다 앞서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을 방문, 나로우주센터 개요와 발사체 개발 현황 보고를 받고 누리호 1단부 종합연소시험을 직접 참관했다. 미래 우주개발 꿈나무인 과학우주청소년단 소속 초·중·고 학생 5명도 함께했다.
1단부 종합연소시험은 총 3단으로 구성된 누리호에서 최대 300톤 추력을 내는 최하단부다. 클러스터링된 4기 75톤급 엔진이 마치 1기의 엔진처럼 균일한 성능을 시현해야 하기 때문에 누리호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과정의 하나로 꼽혀 왔다는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날 최종 연소시험은 지난 1, 2차 시험과 다르게 자동 발사 절차(Pre-Launch Operation)를 실제 비행과 동일하게 점화 10분 전부터 적용했다. 발사체 방향과 자세를 제어하는 추력편향시스템(TVC, Trust Vector Control) 작동도 검증했다.
1단부 종합연소시험은 실제 발사와 똑같은 절차를 거치는 마지막 시험이다. 이후 과정은 비행모델 최종 조립과 발사다.
문 대통령은 “이번 종합연소시험 성공으로 사실상 누리호 개발이 완료되고 이제 최종 조립과 실제 발사만 남았으므로 차질없이 준비해서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가 만든 발사체로 우리 땅에서 발사하는 우주 강국의 꿈을 실현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대한민국 우주전략 보고회'에선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뉴 스페이스 시대 대한민국 우주개발 전략'을 발표했다. 도전적인 우주개발과 우주산업 육성을 통해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세부 계획을 밝혔다.
한국형 발사체 엔진을 제작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신현우 대표는 “그룹 계열사 역량을 모은 '스페이스 허브'를 통해 기술적 역량을 확보하고 향후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유일의 인공위성 시스템 개발 기업 쎄트렉아이 김이을 대표는 “위성 개발을 비롯해 위성영상 데이터 가공, 판매, 솔루션 제공 분야 투자하는 한편, 해외에도 적극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위성정보 활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 차인혁 대표는 위성정보 활용 서비스 산업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위성정보를 활용한 해외 곡물가격 예측, 곡물 수입 비용 절감 사례도 소개했다.
위성항법시스템을 활용하는 LIG넥스원 김지찬 대표도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의 미터급·센티미터급 수신기 개발·보급을 통해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및 개인비행체의 안전성 및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진출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