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SW특허 함정, 출구가 없다]<상>예고된 구조적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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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대수당 특허료 요구 `눈덩이`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MS·오라클 특허료 요구안

 한국 스마트폰 업계가 소프트웨어(SW) 특허 함정에 빠졌다. 글로벌 SW업체들이 구글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인기를 모으자 특허소송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폰을 양산해온 국내 스마트폰업체들로서는 꼼짝없이 거액의 로열티를 물어낼 처지다. SW 특허 불모지인 국내업체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SW특허 함정의 현실과 대안을 3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시한폭탄이 터진 것과 마찬가지다. SW 특허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삼성전자 해외법무담당 지원업무를 도왔던 한 엔지니어는 “통신기술, 반도체, LCD 등 하드웨어(HW)는 몰라도 SW는 정말 아킬레스건”이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애플과 특허소송전이 한창인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 글로벌 SW업체도 잇따라 특허료를 요구하고 나서자 비상이 걸렸다. LG전자, 팬택 등도 시간문제일 뿐 ‘특허 태풍전야’에 휩싸인 분위기다.

 MS 한 관계자는 “비단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MS 특허전담팀이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를 상대로 특허침해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특허침해 논란은 갈 길 바쁜 국내업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장 스마트폰 사업 수익성이 곤두박질 칠 위기에 놓였다.

 워싱턴포스트·씨넷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은 안드로이드폰 단말업체에 판매 제품 한 대 당 15~20달러에 달하는 특허료를 요구 중이다.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이 6000만대에 달할 삼성전자가 이에 합의하면 9억~12억달러(약 9800억~1조3000억원)를 특허료로 지불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 1조5000억원과 거의 맞먹는 규모다. 현재 MS도 제품당 10달러 이상 특허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국내 업체가 스마트폰을 팔면 팔수록 외화 유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역설에 빠졌다고 입을 모은다. 올 2분기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세계 1위가 예상되는 삼성전자로서는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SW업계 한 사장은 “스마트폰은 사실상 휴대형 컴퓨터라서 PC 판매와 비슷한 구조가 될 것”이라며 “PC가 팔리면 팔릴수록 돈을 번 곳이 PC업체가 아니라 MS, 어도비 등 글로벌 SW 공룡이었던 구조가 재현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 같은 특허 함정이 한국 휴대폰업체의 구조적 취약점과 맞물려 출구가 좀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로펌의 한 변리사는 “삼성·LG 등 국내 대기업이 LCD·반도체·통신기술 등에는 질 좋은 원천 특허를 많이 보유 중이나 SW특허는 양뿐만 아니라 질에서도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며 “노키아·애플 등 제조업체와 특허분쟁의 경우 크로스 라이선싱으로 무마할 수 있으나 SW업체의 특허 요구에는 마땅한 협상카드가 없어 특허료를 깎는 것이 상책”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업체의 스마트폰 운용체계(OS) 대안인 구글 안드로이드가 특허에 취약한 것도 맹점으로 꼽힌다.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는 특허에 취약한 기술도 누구나 손쉽게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이폰 충격’에 부랴부랴 쫓아갈 수밖에 없었던 국내 업체들이 체계적인 검증에 취약했다는 지적이다.

 한국 업체의 느슨한 특허 대응 전략이 다국적 기업의 먹잇감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거액의 로열티를 물었던 코닥의 카메라 특허침해 소송을 애플과 림이 무력화시킨 것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다국적 기업 한국지사 한 임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IP센터를 별도로 만들었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특허소송은 기술을 잘 모르는 법무담당에서 주도하고 엔지니어들이 지원하는 체계였다”며 “이러다 보니 기술적으로 꼼꼼하게 따지기보다는 법리 논리만 따지다 돈으로 합의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결국 외국업체의 좋은 특허 표적으로 부상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MS·오라클 특허료 요구안

 

  장지영·성현희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