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SW특허 함정]<하>기본 전략부터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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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SW) 특허 출원 의지가 결코 약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얼마나 좋은 방향성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국내 휴대폰업체 특허 출원업무를 종종 맡아온 한 변리사는 “국내업체들이 최근 들어 특허 출원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으나 특허 출원 수를 주요 잣대로 삼아 마치 실적으로 평가하는 문화가 팽배하다”고 꼬집었다.

 지식재산에 해당하는 특허는 양보다 질로 평가해야 하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반으로 한 SW 특허는 출원 자체가 까다로워 부단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허 출원 건수를 중요시하는 문화에서는 SW 특허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미국 특허 업무를 전담하는 한 변호사는 “한국 업체들의 왕성한 특허 출원에 외국기업들이 겉으로 부러워하면서도 뒤돌아서서는 별 것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보통 외국기업이 특허 한 건을 출원할 때 많게는 1만달러(약 1090만원)을 지불하는 데 반해 한국기업들은 150만원짜리 특허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허 출원 비용이 적으면 그만큼 특허 내용 기입이 부실하고 짧아질 수밖에 없어 정작 소송땐 ‘무효 특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질 좋은 특허 확보를 위해 산업계의 발상 전환과 함께 특허청 차원의 질 좋은 특허 출원 장려 문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관 특허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전략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애플은 지난 2004년 화면 터치 관련 유저인터페이스(UI) 특허를 처음 낸 이후 2009년까지 400여개 추가 특허를 출원했다. 이른바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강력한 ‘소송무기’를 갖춘 셈이다.

 기업 특허업무를 전담하는 한 변리사는 “특허 포트폴리오는 후발주자의 새로운 특허 출원을 막는 강력한 장벽 역할을 한다”며 “국내 업체들이 후발주자여서 애플의 특허 포토폴리오를 뚫기 힘들지만, 우리도 포트폴리오 전략에 집중해야 특허 양도 늘리고 질적 완성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인 중심의 특허 대응 전략도 변화가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근래 특허 전담조직인 IP센터를 해외법무담당 산하에서 종합기술원 산하로 옮긴 것은 고무적이다. 그동안 법리 논리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엔지니어들의 기술 논리가 무시되고 대부분 특허료를 적정선에서 합의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업체들이 거액 특허료 지불을 합의한 코닥 카메라 특허소송에서 해외업체들이 모두 특허무효 판정을 얻어낸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다국적기업 SW업체 법무담당자는 “우리나라가 가장 약한 SW분야는 전문지식을 갖춘 변리사들이 적은 게 현실”이라며 “이럴수록 엔지니어들과 법률전문가의 협업체계를 갖춘 특허대응조직 운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HW 퍼스트’ 중심에서 ‘SW와 균형’으로 인재를 키우고 특허 출원 문화를 바꾸는 것도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장지영·성현희기자 jya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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