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HTML5 혁명 온다] <하> `구루`들의 진단과 과제

 HTML5 혁명은 IT·모바일 업계에 위기이자 기회로 다가온다. 애플·구글을 비롯한 기존 모바일 생태계 패권을 쥐고 있는 기업은 물론이고 어도비와 같은 PC 시대 애플리케이션 강자도 이미 이를 인식하고 발빠르게 HTML5 기술을 흡수,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사·서비스업체·개발사는 어떤 방향을 취해야 할까. 전자신문이 만난 HTLM5 분야 ‘구루(guru·힌두교에서 도사를 의미하는 단어로 한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를 일컬음)’들은 입을 모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HTML5 생태계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직계열화’ 제조사엔 기회다=조만영 미래웹기술연구소 대표는 “우리나라 전자제품 제조사들은 해외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직계열화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네이티브 플랫폼에 필적하는 기능을 낼 수 있는 HTML5로 이를 전 제품 계열에 한 번에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LG전자와 같이 휴대폰에서 PC·TV와 냉장고·에어컨까지 생산하는 회사들이 HTML5를 이용한 하나의 플랫폼을 전 제품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N스크린의 두 가지 이슈인 ‘크로스 플랫폼’과 ‘멀티 플랫폼’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HTML5”라며 “이를 잘 활용하면 애플·구글에서 벗어난 독자 생태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웹서비스도 ‘모바일 퍼스트’로 가라”=이제 모바일이나 PC 따로 웹서비스를 생각하기는 불가능한 시대다. 권정혁 KTH 팀장은 “사용자 트래픽은 PC보다 모바일에 더 몰리고 있다”며 “웹서비스도 모바일에서 PC로 확장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존 모바일 웹서비스 한계를 HTML5를 통해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PC 우선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권 팀장은 “이미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등의 최신 브라우저는 대부분 HTML5 스펙을 수용할 수 있다”며 “모바일웹에 HTML5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모바일 퍼스트’ 전략이 개발 효율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라는 설명이다.

 ◇‘서드파티(3rd-party)’ 선점하라=이원석 W3C HTML5 한국관심그룹(KIG) 의장은 “현재까진 주로 콘텐츠 제공자(CP)들이 HTML5를 통해 다양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도록 활용하는 단계”라고 진단하며 “내년에는 본격적인 HTML5 서드파티 생태계가 열린다”고 전망했다.

 중요한 건 선점이다. 이 의장은 “페이스북과 같은 독자적인 거대한 플랫폼을 가진 회사들이 본격적인 HTML5 서드파티 개발사를 흡수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플랫폼 소유 기업들도 서드파티 생태계 확보를 늦지 않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생태계에서도 HTML5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의장은 “다양한 플랫폼에 하나의 클라우드 서비스로 공급하려면 HTML5 기술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인재양성 급하다”=김승연 인모비코리아 대표는 “HTML5 기반의 광고를 기획·개발할 사람을 모집하려 했는데 3개월 간 단 한 명도 찾지 못했다”며 “결국 캐나다 교포 출신으로 한 명을 뽑게 됐다”고 말했다. HTML5에 대한 지식을 가진 인재는 대부분 대기업 등에서 핵심 업무를 맡고 있어 시장에 새 피가 수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산업계가 스스로 인력 풀을 키워내야 한다”며 “본격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하는 것도 인재 풀을 키우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