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AI를 선도한다] <5>딥러닝 활용 마이봇, 대화에 능동작업까지

김종환 공과대학 학장과 RIT랩 학생들
김종환 공과대학 학장과 RIT랩 학생들

KAIST는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AI)을 로봇에 적용하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딥러닝 기술로 사람에 버금가는 지능을 갖춘 로봇을 만드는 연구다. 그동안 사람이 해 온 일을 대신하고 사람과 직접 대화도 나누는 로봇 개발이 목표다. 김종환 공대 학장(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이 이끄는 로봇 지능기술(RIT) 랩을 찾아가 사람의 동반자가 될 '로봇' 기술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사람의 인격을 그대로 닮은 로봇, 사람과 협력해 일하는 로봇이 곧 나오게 됩니다.”

KAIST 내 전기전자공학부 빌딩 3246호. RIT랩에서는 자체 개발한 딥러닝 기반의 '마이봇' 로봇과 학생들이 대화하는 실험이 한창이었다.

김종환 학장과 5명의 학생들이 박주연 학생과 대화를 주고받는 마이봇을 지켜보고 있었다. 바닥에서 1m 높이, 마이봇 얼굴 부분에 부착된 디스플레이 화면에는 사람 얼굴을 형상화한 그림이 떠올라 있었다.

말할 때마다 입 모양, 얼굴 표정도 함께 움직여서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을 줬다. 대화 상대가 자리를 옮기면 자동으로 디스플레이 화면을 움직여서 눈높이도 맞췄다.

대화는 일상생활 내용이었지만 그동안 여러 로봇에게서 듣던 무미건조한 문답과 달랐다. '내일 우리 뭐할까'라는 질문이 던져지고, 2초쯤 뒤에 마이봇이 젊은 남성 목소리로 장난치듯 얘기했다.

박주연 학생과 대화하는 마이봇.
박주연 학생과 대화하는 마이봇.

“주인님이 결정할 기회를 주겠어요. 놀이공원에 놀러 갈까요?”

'여자 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주인님이 여자 친구'라고 농담하듯 답해 주변의 실소를 끌어내기도 했다. 내일 다시 보자는 말에 '가지 말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서로 감정을 키워 가는 남녀 간 대화 같았다.

“외향형 남성의 어투를 학습시킨 결과입니다. 학습 내용을 달리하면 내용도 말투도 달라집니다.” 박주연 학생은 외향형, 동조형, 신경질형 등 각각의 '성격 모델'을 다르게 학습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사용자의 설문조사 결과와 두 달치 스마트기기 사용 습관을 딥러닝 기술로 학습시키면 해당 인물의 성격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다는 뜻이다.

대화 실험 후에는 로봇을 이용한 작업 지능 기술 실험이 이어졌다. 또 다른 마이봇이 타자 위에 올려진 여러 가지 물건 가운데 빨간색 블록을 집어 옮기는 실험이었다.

김 학장이 빨간색 블록을 원래 위치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자 로봇 팔이 여지없이 그쪽으로 향했다. 마이봇과 빨란 블록 사이에 다른 블록을 위치시키자 다른 블록을 집어 옆으로 옮긴 뒤 목표에 다가갔다. 중간에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듯 멈춰 섰지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일일이 행동 과정을 지정하지 않아도 임무를 능동으로 수행했다.

마이봇이 스스로 블록을 탐지해 집는 모습
마이봇이 스스로 블록을 탐지해 집는 모습

김 학장은 딥러닝으로 마이봇에 '절차 기억'을 생성, 이 같은 작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특정 행동을 하나하나 생각해서 하지 않듯 로봇도 딥러닝 기술로 학습하면 행동에 다양성을 더할 수 있습니다. 목표만 주어지면 그 과정을 스스로 계산, 팔의 궤적을 설정해서 임무에 나섭니다.”

다른 일화 기억, 감성 기억, 의미 기억 등을 활용해 로봇의 행동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 학장은 이날 보여 준 기술들이 전부가 아니라고 했다. 딥러닝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고, 여러 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 그는 실제 제조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학장은 “딥러닝을 활용한 로봇은 앞으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될 것”이라면서 “단순한 기계를 넘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도와주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