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 질 좋은 창업을 위한 저변확대와 인프라 구축

[SBA 칼럼] 질 좋은 창업을 위한 저변확대와 인프라 구축

신중경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얼마 전에 한 지인이 내게 와서, ‘한국은 창업하기는 좋은데, 사업하기는 정말 힘든 나라다’라고 하소연을 하고 갔다. 그 지인은 사업하기 힘든 이유로 무분별한 창업으로 인한 치열한 경쟁, 기업간 제살 깎아먹기, 혁신적 아이템에 대한 도전 불가능한 사회구조와 같은 이야기를 한참동안 하고 갔다. 지인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서,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졌다. 오죽이나 하소연을 할 곳이 없으면, 나에게까지 와서 저랬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우리는 창업 활성화와 벤처기업 육성을 외치면서 무엇을 했나?라는 자괴감까지 밀려왔다.

며칠간 그 지인과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맴돌다가 우리 창업생태계의 현실적 문제와 대안을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들게 된 생각이 우리 창업생태계는 아직도 저변이 취약하고, 중요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필자가 생각한 문제는 제대로 된 창업자 및 창업교육 전문가 양성 시스템 부족, 신산업 창출형 연구개발 투자 부족과 창업 아이템의 쏠림현상이라는 문제가 우리 창업생태계를 키우는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우리의 창업 생태계를 보면, 천수답 창업지원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훌륭한 창업자는 타고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보니, 창업교육 시스템이 불완전하다. 대학을 통한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에서 창업교육을 강조하고 있고, 대학평가지표에 창업교육과 창업 지원부분을 넣으면서 표면적인 수치는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창업교육 및 창업지원의 질은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창업자들 중에서 대학의 지원을 통해 성공한 창업자가 한명이라도 있는지, 수많은 대학들이 보유한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몇 개사나 되는지만 물어봐도 대답이 궁색해진다. 이 원인은 가장 기본적인 창업교육 전문가 양성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에 창업교육이 부실화되고, 역량있는 창업자들이 양성되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있다고 본다.

아직 우리나라 대학에서 창업 및 기업가정신 전공자를 전임교수 트랙에 두고, 교수를 선발하는 대학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정부재정지원 사업을 받고 있는 대학의 창업교육 전담교수들은 창업 및 기업가정신 전공자가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보니 정부는 현장교육을 중시한다면서 외부 기업가들이나 전문가들의 특강을 70%까지 확대한 현장지향적 교육을 실시하라고 하는데, 이 또한 교육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은 대학들이 창업 및 기업가정신 전공자를 정년트랙의 전임교원으로 선발하게 하고, 이에 대한 재정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대학에서 해당 분야를 제대로 연구한 전문가들을 교원으로 선발하고, 제대로 된 창업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대학에서 창업 및 기업가정신 전공자를 전임교원으로 선발할 때에는 학위를 받은 대학 수준이나 논문 개수보다는 현장 경험과 전공에 대한 이해도를 중심으로 선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신기술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 과거 IMF 위기를 탈출하는데, 수많은 벤처기업들의 창업이 많은 공헌을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때 좋은 벤처기업들이 많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당시의 첨단기술을 보유한 인력들이 창업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기회들을 창출하였기 때문이다. 그것을 뒷받침해준 것은 그 이전 시절부터 있었던 첨단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들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최근의 정부 연구개발투자를 보면, 첨단기술 혹은 실패 위험이 높지만 성공시에 부가가치가 엄청난 기술에 대한 투자가 매우 부족하다. 정부 연구개발 과제의 성공률이 98% 수준인데, 사업화가 50% 수준으로 밖에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연구개발 체제가 안전하게 성공할 수 있는 기술 혹은 최근 트렌드로 부상하는 기술에 집중되다 보니, 정작 사업화가 어렵게 된 것이다. 대학과 정부 출연연구소의 연구진들은 실패의 위험이 높지만,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을 적극 개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창업시장의 쏠림현상도 해결해야 한다. 요즘 창업자들을 보면, 특정한 시장이나 산업이 유행한다 싶은 곳으로 너무 몰리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잘 하는 분야, 자신이 꼭 해결해 보고 싶은 문제에 도전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유행하는 특정한 유행을 쫓아가다보니 투자 유치도 힘들고, 창업에 도전하여 지속하는 명분도 약한 경우들이 많다. 그래서 창업교육과 멘토링 시스템의 확립이 다시 중요해지는 이유다.

우리의 창업생태계는 지난 20여년간 큰 발전을 이루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의 놀라운 경제성장 과정만큼이나 역동적이게 발전해 왔기에 부작용도 큰 것이다. 이제 창업지원 정책이 2-3년 이내의 성과보다는 5년 후, 10년 후를 바라보면서 생태계의 혁신을 성공시켜야 한다. 그래야 역동적인 한국, 성장하는 한국의 미래가 밝아진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