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자동차 산업 초연결 생태계로의 전환

진종욱 한국자동차연구원 원장
진종욱 한국자동차연구원 원장

자동차가 단순한 기계가 아닌 지능을 갖춘 실체로 진화하며 자동차 산업 성격도 재편되고 있다. 과거 차량 하드웨어 성능이 경쟁의 초점이었다면 이제 차량이 얼마나 지능적으로 연결되고 데이터를 활용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확산은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네트워크에 연결된 지능형 장치이자 플랫폼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자동차와 통신, 인공지능(AI) 산업의 경계도 점차 흐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MWC 2026'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 '지능의 시대(The IQ Era)'를 슬로건으로 열린 행사는 에이전틱 AI, 6세대(6G) 이동통신, 저궤도 위성통신 기반의 초연결 생태계를 주요 화두로 제시했다. AI가 네트워크 운영과 데이터 처리 전반에 적용되면서 통신 인프라 자체의 지능화가 강조됐다. 또, 6G와 위성통신의 결합은 통신 사각지대를 줄여 어디서나 안정적 연결을 가능하게 하며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의 핵심 기반 기술로 부각됐다.

특히 눈에 띈 것은 글로벌 기업의 전략적 행보다. 퀄컴은 'AI-네이티브 6G(AI-Native 6G)' 개념을 통해 AI가 네트워크 운영과 자원 관리를 수행하는 통신 구조를 제시했다. 미디어텍은 차량용 칩셋과 위성통신 기술을 결합해 지상망이 없는 환경에서도 차량 연결이 가능한 기술을 공개했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위성과 스마트폰을 직접 연결하는 다이렉트 투 셀(Direct-to-Cell, D2C) 서비스 로드맵을 발표했고, 삼성전자와 하만 역시 위성 기반 차량 통신 기술을 공개했다. 이들 기업은 AI·통신·센싱 기술을 통합해 미래 모빌리티 인프라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보여준다. 첫째, 모빌리티 산업 경쟁 구도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데이터·AI·통신 인프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둘째, 6G와 위성통신이 결합된 초연결 인프라는 자율주행과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의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 셋째, 차량은 단순 이동 수단을 넘어 데이터를 생성하고 학습하는 지능형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자동차와 통신 산업의 융합은 일시적 협력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 구조의 형성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와 산업계의 대응도 중요하다. 6G와 위성통신 등 차세대 통신 인프라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표준 주도권 확보가 필요하다. 동시에 자동차·통신·AI 산업간 협력을 강화해 데이터 기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차량 데이터 활용과 AI 서비스 확산을 위한 규제 정비와 데이터 인프라 구축 역시 중요 과제다.

한국자동차연구원도 이러한 글로벌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해 연구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판교 빅데이터·SDV 연구본부와 인천 청라 커넥티비티·사이버보안 연구본부를 중심으로 데이터·통신·차량 기술 융합 연구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100여개 기관이 참여하는 '커넥티드 모빌리티 얼라이언스'를 통해 AI·사물인터넷(IoT)·차량을 결합한 'AIoV(AI·IoT·Vehicle)' 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최근 인천 청라에 개소한 '커넥티드카 인증지원센터'를 통해 글로벌 무선통신 인증 등 산업 생태계 지원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AI와 차세대 통신이 결합된 지능형 모빌리티 생태계 구현을 목표로 협력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MWC 2026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 경쟁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앞으로 자동차 산업의 성패는 차량을 얼마나 잘 만드는가가 아니라 AI와 통신이 결합한 초연결 생태계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에 달렸다. 지금이 바로 그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진종욱 한국자동차연구원 원장 cwchin@katech.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