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2029년 방한 관광객 3000만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 방한 외래객은 약 1894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이 중 81.7%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서울의 관광소비 비중만 66%에 달한다. 서울 혼자서 3000만명을 감당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지역관광 활성화는 선택이 아니라, 3000만명 시대를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다.
크리에이트립은 월 170만명 이상의 글로벌 고객이 한국 여행 정보를 찾고 서비스를 예약하는 플랫폼이다. 매일 수많은 외국인 고객을 만나면 느끼는 것이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다른 나라를 찾는 이유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물론 미식이나 자연경관에 대한 관심도 있지만, 한국만이 가진 차별화된 강점은 'K뷰티' '메디컬', 그리고 'K팝'이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2024년 한국을 찾은 의료관광 외국인 환자는 117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의료관광 소비액은 2019년 대비 438%나 성장했다. 피부과 방문 비중은 같은 기간 21.1%에서 57.4%로 두배 이상 뛰었고, 외국인의 올리브영 이용 금액은 전년 대비 106% 폭증했다. K팝 관련 장소 방문 비율도 2022년 7.7%에서 2023년 11.1%로 급증했다. 한마디로, 한국의 대중문화와 미(美)에 대한 강점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사람들이 한국에 오는 것이다. 다른 나라도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은 있다. 그러나 K뷰티와 K팝은 한국에만 있다.
따라서 지역관광을 활성화하는 핵심은 다른 나라의 관광 모델을 맹목적으로 모방하는 게 아니라 '한국을 찾는 이유'를 지역의 특색과 결합하는 접근이다. 이를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부산이나 대구 같은 대도시는 언어 인프라를 빠르게 확충해야 한다. 대도시는 관광자원이 풍부하고 외국인 인지도도 상당하다. 부산은 2024년 외국인 환자 3만여명을 유치하며 비수도권 1위를 기록했고, 피부과 방문은 전년 대비 674%나 급증했다. 당사에서도 부산 지역 뷰티 시술이나 병원 추천에 대한 문의가 급격히 늘어 공격적으로 영업하고 있지만, 실제로 외국인을 받을 수 있는 태세가 갖춰진 곳은 많지 않다.
가장 큰 병목은 통역이다. 특히 병의원의 경우 정확하고 친절한 통역이 필수적인데, 통역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통역사를 수급해 오는 경우도 흔하다. 부산시도 문제를 인식하고 의료통역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해법 중 하나는 지방 대도시에 유학을 왔거나 거주 중인 외국인들이 관광 관련 직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전문적인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다. 내국인 통역사 양성도 물론 필요하지만, 외국인은 이미 언어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훨씬 빠르게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 관광 수요를 지역으로 분산시키고, 지역경제가 직접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둘째, 중소도시는 분산된 축제 예산을 통합하고, K팝의 강력한 집객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솔직히 지방 중소도시는 외국인에게 알려진 경우가 거의 없다. 크리에이트립을 운영하면서 중소도시에 축제나 콘서트 예산이 배분되는 것을 보지만, 외국인 참석자는 크게 많지 않다. 현재 전국 지역축제는 1170개에 달하지만, 5년간 32% 늘어나는 동안 주민참여율은 오히려 45%에서 35%로 떨어졌고, 1인당 관광소비도 감소했다. 예산이 쪼개져 임팩트 없는 소규모 행사만 반복되는 것이다.
반면, 부산이 17개 행사를 '페스티벌 시월'로 통합했더니 관람객이 10만명 늘었고, 외국인 카드 지출은 68억원이나 증가했다. 이것이 집중의 힘이다. 중소도시가 빠르게 인지도를 키우려면, 하이록스(HYROX) 같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나 유명 K팝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대형 축제를 유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한국관광공사도 이미 K팝 콘서트 지원사업을 통해 지자체의 콘서트 개최를 돕고 있다. 여러 도시에 쪼개져 배분되는 축제와 공연 예산을 통합하고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한정된 재원으로도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다.
지방 관광은 어떤 국가에게나 어려운 과제다. 일본의 온천 마을이나 유럽의 소도시 관광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참고가 되겠지만, '왜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는지'를 잠시라도 잊고 맹목적으로 다른 나라를 따라했다간 임팩트 없이 골든타임만 흘려보낼 수 있다. K뷰티와 K팝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지역의 특색과 결합하는 것. 그것이 3000만명 시대를 여는 한국만의 지역관광 전략이 돼야 한다.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다.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 haemin.yim@creatri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