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해법 작동 안돼...미래사회 준비하는 새로운 지식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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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지식재산(IP) 등록건수가 많지만 정작 지식재산을 이용해 산업과 부를 창출하는 질적 경쟁력은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업과 대학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변하는 산업·사회를 준비하지 못하고 과거 방식에 얽매여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공학한림원(회장 권오경)이 14일 '한국은 지식창출 국가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제107회 코리아리더스포럼에서 이같은 논의가 이뤄졌다. 사회와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의미있는 지식을 창출하고 있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점검했다.

정상조 서울대 법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IP 생산·소비는 활발하지만 실리콘벨리와 달리 IP로 로열티 매출이 발생하거나 IP 기반으로 창업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한국은 IP 등록건수가 세계 5위이고 연구개발(R&D) 투자는 OECD 평균보다 2배 높을 정도로 지식재산 창출에 투자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 IP 등록 대부분은 대기업이 하는데다 IP로 수익을 내거나 국부 창출에 기여하는 사례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규제가 심해 자율성이 낮고 다양성과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를 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해외에서 차세대 먹거리로 활발하게 연구개발하는 분야가 정작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에 막혀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를 가둬놓은 무수히 많은 레드 테이프(red-tape)를 끊고 자율성을 부여하고 인센티브를 주는게 살 길”이라고 조언했다.

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미래연구센터장은 기존과 다른 방식의 정부 싱크탱크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난 30여년간 한국은 독자적 추격모델을 바탕으로 성공했지만 더 이상 기존 성공 법칙이 작동할 수 없는 환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박 센터장은 “현재 정부 국책연구기관은 중장기 이슈 제기와 전략 연구의 부족, 관료화된 조직, 인재 유출, 낮은 정책 활용도, 높은 정부 종속성 등의 문제를 겪으면서 싱크탱크 역할에 한계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과 연구소 모두 조직 개편으로 변화를 시도하지만 이는 더 이상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며 “과거 방식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이 적절히 조화된 상태를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R&D 투자가 시장 성장과 직결한다고 여기지만 실제 시장에서 성공한 지식투자는 5~10%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의 끊임없는 노력과 발전으로 이뤄내는 것”이라며 “혁신하자고 말하지만 진짜 혁신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지식의 생산뿐만 아니라 확산과 활용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석재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과학적 지식과 윤리를 모두 보듬는 지식을 만드는게 도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는 무엇이 좋은 삶인지, 무엇을 위한 기술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게 도전이 될 것”이라며 “순수과학, 특정 목표 달성에 필요한 지식, 좋은 선택을 유도하는 실천적 지혜(프로네시스)를 융합할 때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지식 형태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