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걸린 공정위 권한 지자체 분산, '핵심'은 비껴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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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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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분산하는 작업이 정작 핵심은 비껴갈 전망이다.

내년부터 서울시·경기도는 가맹·대리점 분야 분쟁조정, 가맹본부 정보공개서 등록 업무를 맡는다. 그러나 이는 공정위가 아닌 산하기관 공정거래조정원이 맡아온 업무다.

권한 분산 핵심인 공정위 '조사·처분권'의 자자체 공유 방안을 담은 법안은 2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정위가 '민원처리 기관'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김상조 공정위원장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

30일 정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시와 경기도는 각각 분쟁조정협의회를 신설해 내년부터 가동, 가맹·대리점 분야 분쟁 조정 업무를 수행한다. 또한 가맹본부 현황을 담은 정보공개서 등록 업무를 시작한다.

앞서 관련 근거를 담은 가맹사업법·대리점법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시행을 앞뒀다. 공정위는 관련 시행령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경기도는 개정 시행령에 근거해 조례 등을 개정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분쟁조정협의회는 올해 준비해 내년부터 운영한다”며 “정보공개서 등록 업무도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경기도가 이관 받는 분쟁조정, 정보공개서 등록 업무는 모두 공정위가 아닌 공정거래조정원이 수행해왔다. 공정위가 지자체에 권한을 분산해 중요사건 처리 등 핵심업무에 역량을 모으려면 조사·처분권 분담이 필수다. 그러나 관련 법안이 2년째 국회에 계류되며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정위는 최소한 가맹분야는 조사·처분권을 지자체와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작년 12월 서울시·경기도 등과 협약을 맺으며 “가맹사업 등 지역 중소상공인 밀접 분야에서 발생하는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처분권 등을 지자체와 분담·공유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제윤경 의원과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은 각각 지자체에 공정위 조사권, 과태료 부과권 등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야당 반발이 커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회는 작년 12월 관련 법안을 논의한 이후 올해 들어서는 한 번도 제대로 의견을 교환하지 않았다.

정무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작년 말 회의에서 “시·도지사에게 조사권·고발요청권을 주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맹분야 사건은 적시 대응이 효율적인 방식”이라며 “지자체가 수행하기 적합한 범위에서 권한을 위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