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가 막아도 카풀 성장..."플랫폼, 데이터공개 등 대타협 주도 필요"

국회는 해법 못찾고 오락가락...택시 파업이 시장 수요 확인시켜

쏘카 자회사 VCNC가 선보인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타다는 11인승 밴으로 택시보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호출 즉시 차량이 배차돼 승차거부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다. 1일 서울 성동구 뚝섬역 인근에서 고객이 타다를 이용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쏘카 자회사 VCNC가 선보인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타다는 11인승 밴으로 택시보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호출 즉시 차량이 배차돼 승차거부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다. 1일 서울 성동구 뚝섬역 인근에서 고객이 타다를 이용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카풀 논쟁으로 대한민국이 '트래픽 잼'에 빠졌다. 생존권 수호를 내건 택시업계가 반발하면서 정부와 여당도 마땅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 특히 여야 정당 간 입법 논란으로 비화되면서 점입가경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플랫폼 기업이 택시업계와 더욱 적극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언제까지 결론 없는 추진과 반발만을 반복할 수는 없다. 글로벌 트렌드와 소비자 여론이 '공유경제'를 미래 지향으로 가야 할 길임을 가리키는 상황이라면 추진 주체인 플랫폼 기업과 정부가 데이터 공개를 통해 카풀, 콜택시와 기존 택시 이용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고 대안 마련을 위한 물꼬를 터야 한다.

◇4분기 티맵 택시 4배, 타다 10배 성장

승차공유 서비스는 논란에도 꾸준히 성장했다. 택시업계 반발이 오히려 승차공유 확대를 자극했다. 택시업계가 카카오 카풀을 거부하고 파업에 나섰지만 다른 카풀 서비스와 티맵 택시 이용자는 오히려 늘었다. 논란은 여전하지만 새로운 여객서비스에 대한 시장 수요가 확인된 셈이다.

25일 모바일애드테크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12월 기준 타타 앱(안드로이드OS 기준) 하루 평균 이용자 수는 약 5000명이다. 11인승 승합차로 여객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타다는 10월 출시 당시 하루 사용자 수가 500여명에 불과했다. 두 달 만에 10배 성장했다. 타다 모회사 쏘카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밝히기 어렵지만 실제 평균 이용자 수치는 외부에서 보는 것을 상회한다”고 말했다.

카풀 서비스 풀러스는 10월 1일 기준 2000명 수준이던 하루 사용자가 2배 늘었다. 풀러스는 10월 18일 택시 이익단체 국회 시위가 있던 날 하루 사용자 7000명을 기록했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풀러스는 12월에도 하루 최고 4000명 이상 사용자 콜을 받았다.

카카오 택시에 대항해 11월부터 마케팅을 강화한 티맵 택시는 두 달 만에 300% 성장했다. 티맵 택시 기사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는 사람은 9월 1일 기준 하루 약 2만명이었지만 12월 현재 8만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2020년까지 실사용자 수 500만명 달성이 목표다. 카풀 논란 중심에 서 있는 카카오 택시만 유독 같은 기간 이용률이 10% 하락했다.

◇해법 신호등은 여전히 빨간불

국회와 정부 여당은 10월 이후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서 택시업계 달래기에 몰두했다. 이들은 택시기사 사납금제 폐지, 승합차 택시 서비스 허용, 개인택시 면허 반납 시 보상, 카풀 시간·횟수 제한 등 그동안 택시업계가 요구한 사항을 거의 대부분 수용하고 대안을 마련했다. 업계도 '카풀상생기금' 등 마련에 동의했다.

그러나 정치권이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택시업계는 일부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카풀 금지 법안' 통과에서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3건은 '출·퇴근 때 유상운송 금지의 예외를 인정한다'는 조항을 삭제하거나 법률로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카풀업계 관계자는 “끝장을 보자는 식의 입법 전쟁은 사태 해결은 물론 혁신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택시업계 집회에 참석해 “택시 생존권을 말살하는 문재인 정부 정책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새누리당 시절인 2015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을 주도했다. '우버'를 막기 위해 유상운송 알선을 금지했지만 정작 카풀 제한은 막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는 말 바꾸기 논란이 일자 24일 “문재인 정부가 일방으로 카풀을 시작한 데 문제가 있어 상생형 카풀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라면서 “한국당에서 카풀 자체를 반대한다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해명했다.

◇정치권 '해결사' 역할 벽에 부닥쳐…업계가 주도해야

결국 승차공유 업계가 전향 자세로 택시업계 달래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확한 데이터 공개가 대안 가운데 핵심으로 꼽힌다. 택시 산업이 볼 피해와 전체 여객 서비스 수요 증가를 동시에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기존 택시기사들은 하루 종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영업하는 구조”라면서 “예약, 상호평가 등으로 무장한 새로운 서비스보다 경쟁력이 약해서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실제 카풀 서비스에는 기존 택시 이용자 외에도 자가운전자, 지하철, 버스 이용자 등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승차공유는 궁극으로 교통체증을 해소하는 동시에 여객서비스 시장 전체를 키우는 긍정 효과가 있다”면서 “카카오, 타다, SK텔레콤 등 플랫폼 사업자가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고 택시업계를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와 업계가 주행·승객 정보를 토대로 택시업계 득실을 따지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지난해부터 자사 서비스를 분석한 연간 보고서를 냈다. 콜택시 서비스로 택시기사 수입 증대 등 일부 데이터를 담았지만 아직 베타테스트 수준인 카풀 데이터로는 아직 부족한 상태다.

강 교수는 “정부 역시 새해에는 여러 생태계 참여자가 내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업 분석을 고도화해야 한다”면서 “이에 따르는 개인택시면허 보상 등 택시업계 퇴로를 열어 주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