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몸값된 일렉포일 증설' 일진머티리얼즈, 말레이시아 신공장 가동

글로벌 배터리 업체인 A사는 지난해 일진머티리얼즈와 8000억원 규모 이차전지용 일렉포일 장기구매계약을 맺었다. 올해 1월부터 2023년 말까지 일렉포일 6만톤을 일진머티리얼즈로부터 받기로 했다. 일렉포일은 음극집전체로 쓰이는 이차전지의 핵심소재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으로 늘어나는 배터리 생산을 위해 안정적 소재 확보 차원에서 입도선매에 나선 것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배터리용 일렉포일 분야 세계 1위 제조사다.

일진머티리얼즈가 급증하는 수요를 대비해 건설한 말레이시아 신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회사는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준공식을 개최하고 일렉포일 양산을 시작했다고 27일 밝혔다. 준공식에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과 허재명, 주재환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를 비롯해 아방 조하리 사라왁 주지사, 아왕 텐가 부주지사 등 주요 인사 500여명이 참석했다고 회사는 전했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지난 24일 열린 말레이시아 공장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제공: 일진그룹)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지난 24일 열린 말레이시아 공장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제공: 일진그룹)

말레이시아 공장은 일진머티리얼즈의 첫 해외 일렉포일 생산기지다. 이 회사는 그동안 전북 익산에서 일렉포일을 만들어왔다. 일진머티리얼즈가 해외 거점을 마련한 건 고객사 수요 대응과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서다. 주요 거래처인 삼성SDI 공장이 말레이시아에 있고, LG화학 등 배터리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증설하는 중국과 유럽 시장 대응에 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연간 1만톤 규모 이차전지용 일렉포일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번 신축으로 전체 일렉포일 생산능력은 연간 2만2000톤에서 3만2000톤으로 45% 늘어난다. 이는 1단계 투자로, 회사는 연산 5만톤까지 증설을 추진할 방침이다. 일진머티리얼즈의 이번 준공은 해외 양산이 어려울 것이라는 업계 우려를 불식시키며 안정적 생산을 확보했다는 점과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거점 마련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은 “수익을 창출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품질과 원가 경쟁력”이라며, “말레이시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일렉포일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말레이시아 공장을 발판으로 이차전지 부품소재산업을 선도하는 일류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렉포일은 황산구리용액을 전기 분해해 만드는 두께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얇은 구리 박이다. 스마트폰 배터리 1대에 사용되는 일렉포일은 4g정도지만 전기차 배터리에는 15kg 이상이 소요돼 일렉포일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일렉포일을 생산하는 모습(제공: 일진그룹)
일렉포일을 생산하는 모습(제공: 일진그룹)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