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청년정치' 좌담회]"청년, 병풍세우지 말고 실행 권력 줘야"

김동민 한국당 건국대 지부장 "청년정치는 미래를 위한 정치"
노서진 정의당 청소년특위 위원장 "청소년 시기부터 '정치적 효능' 경험해야"
박성민 민주당 청년대변인 "청년, '들러리' 아닌 변화의 주체가 될 것

각 정당 추천 청년정치인이 말하는 미래 청년정치 리더십 좌담회가 12일 서울 영등포구 전자신문사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김동민 자유한국당 건국대학교 지부장(1997년생), 조정형 전자신문사 정치정책부 차장,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1996년생), 노서진 정의당 청소년 특위위원장(2002년생).
각 정당 추천 청년정치인이 말하는 미래 청년정치 리더십 좌담회가 12일 서울 영등포구 전자신문사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김동민 자유한국당 건국대학교 지부장(1997년생), 조정형 전자신문사 정치정책부 차장,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1996년생), 노서진 정의당 청소년 특위위원장(2002년생).

오는 4월 21대 총선에서 어느 때보다 '세대교체 열망'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국내 정치권에서 '젊은 국회'와 '청년 정치'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다. 여야가 한 목소리로 세대교체를 위해 청년 인재를 영입했지만 정작 지역구 예비후보 등록 후보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정치권에 뛰어든 청년은 높은 기득권 카르텔과 현실적인 자금 문제 등 벽을 넘지 못하고 뒤돌아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신인보다 현역에게 유리한 공천 구조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전자신문은 '정치 세대교체를 위한 청년정치 좌담회'를 위해 각 당에서 청년 정치인을 추천받았다. 청년 정치인은 어떤 정치 변화를 원하고 있고, 현실에서 무엇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들어봤다. 좌담회는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전자신문사에서 열렸다.

[참석자(가나다순)]

△김동민 자유한국당 건국대학교 지부장(1997년생, 23세)

△노서진 정의당 청소년 특별위원회위원장(2002년생, 18세)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1996년생, 24세)

△사회=조정형 전자신문 정치정책부 총선취재팀장

◇사회(조정형 전자신문 정치팀장)=청년 정치란 무엇인가. 각자가 생각하는 바를 간단하게 정리해달라.

◇김동민(자유한국당 건국대학교 지부장)=청년 정치는 미래를 향한 정치, 미래를 위한 정치다. 단순히 나이가 어린 청년이 제도권 정치에 뛰어들어서 청년 정치를 한다고 '청년 정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미래를 향해 제도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자신 있게 내는 게 청년 정치다.

◇노서진(정의당 청소년 특별위원회위원장)=청년 정치를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렵다. 동일한 집단으로 묶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청년이 본인의 목소리로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숭배 대상이 아닌 한 명의 정치인으로 존재할 때, 이들이 본인의 이야기를 본인의 입으로 할 때 청년 정치가 이뤄질 수 있고 청년 정치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박성민(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흔히 청년 정치라는 것은 청년 문제만을 다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청년 정치가 청년 문제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청년' 정치라고 했다면, 이제는 청년 '정치'가 돼야 한다. 방점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이 하는 정치이고, 그것이 청년이라는 이유로 체급이 낮아지거나 기존 정치인의 들러리처럼 돼선 안 된다. 정치인이라는 동등한 지위 하에서 기존 정치인만큼, 그들보다 더 노련하고 새롭게 얘기할 수 있는 게 청년 정치인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노서진 정의당 청소년 특위위원장
노서진 정의당 청소년 특위위원장

◇사회=청년 정치인이 갖춰야할 덕목 3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

◇김동민=우선 '미래를 향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분야에서 어떻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비전, 미래 지향적 비전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시대적 민감성'이다. 기성 정치인이 채우지 못한 것이 트렌드를 반영하는 부분이다. 청년 정치인은 민심의 흐름을 잘 알고 바로 캐치해서 투영해낼 수 있는 민감성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다. 피아 식별만 하는 게 기존 정치인들인데 그 정치로 인해 국민 전체가 이분화, 양분화되는 게 반복된다. 그렇기 때문에 낡은 정치의 모습을 버리고 모든 논의를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는 유연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가져야 한다.

◇노서진=첫 번째 '소수자를 바라보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대에 단순히 소수자를 이해하고 '힘드니까 도와줘야 한다' 이게 아니다. 어떻게 살아가는지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두 번째, '여성적 관점'이다. 본인이 속한 공동체는 평등한지, 여성주의적 가치를 잘 실현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폭력이나 성폭력, 채용 성차별 같은 문제에 본인 생각은 어떠한지 명확히 공개하고, 본인이 갖고 있는 해결책은 어떤 것이다 정도의 생각은 명확해야 한다. 세 번째는 그런 가치를 일상에서 실천해야 한다는 점이다.

◇박성민=첫 번째는 '철학과 소신'이다. 청년 정치인에게 원하는 것은 참신함이다. 얼굴이 새롭고 특이하다는 수준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기존 악습이나 기존 정치권의 구태 이런 것들을 타파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한 명의 인간이 정치를 하고 싶어 한다면,무엇 하나는 꼭 해야겠다는 소신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끈기'다. 청년이 정치권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 좋은 마음으로 들어와도 움직일 수 있는 판이 굉장히 좁다. 자금 문제도 있다.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도 미약하기 때문에 쉽게 지친다. 정치는 청년이 할 게 아니라 나중에 성공해서 와야 하는 곳이구나 생각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 번째는 '공감'이다. 공감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정치인이 가져야 할 덕목은 공감과 포용성이다.

각 정당 추천 청년정치인이 말하는 미래 청년정치 리더십 좌담회가 12일 서울 영등포구 전자신문사에서 열렸다. 오른쪽부터 김동민 자유한국당 건국대학교 지부장, 노서진 정의당 청소년 특위위원장,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조정형 전자신문사 정치정책부 정치팀장.
각 정당 추천 청년정치인이 말하는 미래 청년정치 리더십 좌담회가 12일 서울 영등포구 전자신문사에서 열렸다. 오른쪽부터 김동민 자유한국당 건국대학교 지부장, 노서진 정의당 청소년 특위위원장,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조정형 전자신문사 정치정책부 정치팀장.

◇사회=우리 정치권에서 세대교체는 언제쯤 이뤄질가. 전환점은 무엇이 될까.

◇김동민=분명한 것은 정치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한민국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반드시 해야 할 때가 왔다. 총선에서 세대교체가 실현돼 전국이 변화되는 지점이 돼야 한다. 평균 연령 55.5세가 21대 국회에서 반복된다면 미래를 찾아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21대 총선은 세대교체를 이뤄지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노서진=지금 당장도 세대교체를 할 수 있다. 사람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의지가 부족한 것이다. 우리 당이나 다른 당에서도 준비된 청년들이 있다. 그런데 실제 진입함에 있어서 본인 기득권을 내려놓고 세대교체를 이뤄내야 겠다는 기성 정치인 의지가 부족해서 세대교체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청년이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세대교체를 원한다면 본인이 가진 기득권부터 내려놔야 한다.

◇박성민=세대교체 요구는 확실히 커진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세대교체가 되진 않을 것 같다. 후보자 비율이 여야를 막론하고 청년이 많지 않다. 이번 총선이 그나마 나아졌지만 세대교체 수준은 아니고 '새로운 피가 조금 들어왔다' 정도다. 다음 22대 총선은 약간 징검다리 같은 느낌으로 절반 정도 새로운 피가 들어오고, 23대 국회 정도에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예측한다.

세대교체는 지도부가 결단해야 하는데 청년들이 막무가내로 뚫고 들어갈 수 없다. 지도부에서 관심뿐만 아니라 실제로 청연니 정치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야 한다.

◇사회=청년의 경력이 국회에서 발휘하기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동민='신입을 뽑아야 하는데 우리는 경력만 뽑습니다'라고 하는 것과 같다. 신입이 들어와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하는데, 자신을 위협하는 싹이라고 잘라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능력 있는 청년이 굳이 왜 정치를 하려고 하겠냐. 창업을 하든 기업을 하든, 정치 환경이 그런 준비가 되지 않은 게 문제다.

◇박성민=청년 정치인으로 잘 훈련된 롤 모델로 삼을만한 사람이 없다. 참고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절망적인가. 누군가의 업적이나 행적을 좋아하지만 그분들이 걸어온 길은 너무 다르다. 갑자기 영입됐거나 자기 분야에서 이름을 날렸거나, 아버지가 정치인이거나 집이 부자거나 한다. 자기가 태어날 때부터 결정돼 있는 선천적 조건이 많은 것을 좌우한다. 정치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멀어 보인다. 결국 다른 직업을 갖고 활동하다가 돌아와 정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이러면 나이 먹고 하는 정치가 반복된다.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1996년생)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1996년생)

◇사회=각 당별 청년당원 육성 프로그램에 바라는 점과 기성 정치인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김동민=기성 정치인이 잘못했던 점 중 하나가 후배를 양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음 세대를 준비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기성 정치인의 실수다. 후배 정치인이 실력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 현재 당원 육성 프로그램은 청년을 병풍으로 세우고 동원조직으로만 본다. 줄세우기에서 청년을 이용한다. 정치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권력에 대한 꿈과 야망이 있는데 청년 정치인의 꿈과 야망을 이용하는 게 문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동원이 아니라 자신의 비전을 만들 수 있고 바른 소리를 할 줄 아는 청년을 길러내는 것이다. 청년 정치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노서진=청년 정치를 많은 당에서 말하지만 실질적인 권력을 갖지 못하는 큰 이유는 '청소년 정치'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20대나 30대에 총리 등이 된다. 그 나라의 정당 체계를 보면 청소년 시기 때부터 조직이 탄탄하다. 우리나라는 청소년에게 정치 참여할 수 있는 참정권을 열지 않은 채 청년 정치인이 나오길 바란다. 어불성설이다. 청년 정치가 활성화되려면 청소년 시기부터 정당에서 직함을 얻고 권력을 얻으면서 당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적 효능을 경험할 때 20대가 돼서도 뜻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기성 정치인의 역할은 뒤에서 듣는 것이다. 청년 정치인을 본인 유명세를 이용해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고, 그동안 청년을 병풍으로 세워놨다면 본인이 이제 뒤에 서고 청년을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 기성 정치인은 새로운 1020세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요구를 학습할 필요도 있다.

◇박성민=정치 스쿨이 있지만 단기적인 경우가 많고 3~4주 정도 강연 듣는 일방적 학습과 청취로만 끝나고 있다. 당 차원에서 어떻게 청년 정치인을 길러낼 것인가, 훈련시킬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실질적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청년이 정치 못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했는데 제일 큰 것은 '금전적 문제'다. 본인이 꿈꾸는 이상이 좋아도 부모에게 용돈 받으면서 의지하면서 독립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그러다보니 청년이 현실을 택하고 정치권을 떠나는 것이다. 청년이 정치하고 싶어도 활동하는 과정과 당선 전까지는 무급과도 다름 없기 때문에 금전적 부담이 크다. 이를 지원 받을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기성 정치인이나 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청년 정치인과 어떻게 시너지 낼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세대 차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런 것은 청년들에게서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고, 서로 교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김동민 자유한국당 건국대학교 지부장
김동민 자유한국당 건국대학교 지부장

◇사회=청년 국회의원이 된다면 사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김동민=단순히 젊다고 청년 정치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준비되지 않고 젊다는 것은 오히려 기성 정치인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겉모습보다 속을 봐 달라. 메신저보다 메시지를 봐 달라. 청년이라는 메신저, 청년이라는 겉모습보다는 청년이 말하고 있는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보고 판단해 달라.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 총선이 다가오니 개개인의 이익을 위한 최선을 선택을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거창하게 대의나 사회, 이런 말은 속빈 강정이다. 대의를 말하는 것은 속이 비어있을 확률이 높다. 일자리, 경제, 먹거리 등 주변의 문제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메신저와 겉모습에 속지 말고 최선의 선택을 해 달라.

◇노서진=이제 더이상 청년을 새로움으로 바라보는 것을 멈춰야 한다. 청년 정치인이 제대로 활동하려면 당 내에서, 실제 국회에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권력을 쥐고 있어야 한다. 당 안에서 결정 권한을 가진 본부장, 위원장 부대표 등에 청년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 학습을 아무리 해봐도 실제 경험을 안 해보면 한계가 있다. 아예 그림부터 바꾸는 것이다. 당 주요 자리에 5060세대 남자들만 앉아 있는데 청년 정치를 말한들 소용이 없다. 청년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변화를 만들어 내야겠다고 생각하면 과감한 변화부터 해야 한다. 그 뒤에는 청소년이 정치인으로사 자질을 갖추기 위한 당의 육성 시스템이 충분히 필요하다.

◇박성민='변화의 주체가 되겠습니다'라고 첫 문장을 시작하고 싶다. 새로운 변화의 주체가 되겠다. 정치권에서는 청년을 들러리가 아니라 주체에 세워야 한다는 것을 메시지로 꼭 내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 청년 정치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경험도 없고, 실력도 없고 그동안 한 것도 없는데 무슨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일까 불편함과 불신이 있다는 것 이해한다. 내가 정치인이 되면 청년 정치 생태계를 만들고, 생계를 이유로 현실을 떠나가지 않도록 체계를 만들겠다.

정리=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