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도 무시한 선관위, 국조 무더기 불출석…여야 “국민에 대한 집단항명”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서 대거 불출석한 선거관리위원들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이날 오전 회의에는 증인으로 채택된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송파구선관위 관계자 43명 가운데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허철훈 전 사무총장,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 강동완 사무차장 등 일부만 출석했다. 현직 선관위원 8명 중에서는 위 직무대행만 참석했고, 서울시선관위와 송파구선관위 전임 위원장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은 선관위원들의 집단 불출석을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비상임 선관위원 전원이 불출석한 점을 지적하며 사전 조율 가능성을 제기했고, 김영배 의원은 서울시선관위원장의 불출석이 무책임한 태도라고 질책했다.

국민의힘도 책임 있는 관계자들의 출석을 촉구했다. 서범수 의원은 “비상임 선관위원 제도가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당사자들이 국조에 나오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은혜 의원은 이를 “국민에 대한 집단 항명”이라고 규정하며 출석 방해 여부에 대한 고발 검토를 요구했다.

위철환 직무대행은 “전날 선관위원 회의에서 자신이 모든 위원의 출석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업무와 충돌하지 않는 범위에서 출석하도록 다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윤상현 국조특위 위원장도 “다수 선관위원의 불출석은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오후 회의 출석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날 국조특위에 출석한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노 전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위원회가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노 전 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관위가 본투표일 투표용지 인쇄 매수 하한을 유권자 수의 60%에서 50%로 낮추는 내용의 종합관리지침 변경을 사무총장 전결로 처리한 사실도 인정했다. 다만 해당 변경 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고받은 기억은 없다”고 설명했다.

허철훈 전 사무총장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국민에게 혼란과 불편을 끼친 데 대해 사과했다. 그는 중앙선관위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선관위의 상황 보고가 신속하게 이뤄졌다면 보다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중앙에 제때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위원장 상근제 도입, 감사기구 법률화, 국회에 독립적인 선거관리평가위 설치 등을 자체적인 개혁 방안으로 제시했다. △범정부 차원 지원체계 법제화 △국가 선거 지원 추진 협의체 운영 △투표용지 인쇄 비율 전면 재검토 등도 거론했다. 선관위는 “선거의 공정성 및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는 모든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하되, 입법 전이라도 즉시 추진 가능한 자체 개선방안 적극 마련·시행하겠다”고 보고했다.

한편 여야의 강한 질타가 이어지자 불출석했던 선관위원들은 오후 회의에 출석 의사를 밝혔다. 위 직무대행은 중앙선관위 비상임위원 7명 중 5명이 오후 국조특위에 출석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서울시선관위의 오민석 전 위원장과 송파구선관위의 민소영 전 위원장도 출석할 예정이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