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스마트 시대와 스마트 피플

[데스크라인] 스마트 시대와 스마트 피플

 정치가 가관이다. 벽두부터 돈 봉투 시비로 얼룩졌다. 여야가 따로 없다. 또 다시 무슨 리스트가 나돌고 정치인은 숨죽이고 있다. 집권당은 재창당 운운하고, 그 당 의원은 의정보고서에 당 이름과 로고를 빼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치에 관심 없는 국민 마음까지도 차갑다. 오는 15일 열리는 민주당 새 지도부 경선에서는 모바일 선거를 도입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아는 사람끼리 참여를 독려하면서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일반 시민 64만3353명이 참여했다. 총 선거인단 80만명의 80%가 넘는다. 민주당에 당비를 낸 당원은 12만여명, 대의원은 2만1000명밖에 안 된다. 어디 사는 누군지, 누구를 지지하는 지, 왜 참여하는 지 알 수 없는 장삼이사들이 꼬박꼬박 당비를 낸 당원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

 민주당에 자극받은 한나라당도 오는 총선 및 대선 경선에 모바일 투표를 검토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권력도 모바일에서 나오게 됐다. 수십 년 전 모택동은 공산당 일당 혁명에 성공하면서 총구에서 권력이 나온다고 했다. 2002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세계 최초 인터넷 대통령이라고 했다. 권력이 인터넷에서 나온 것이다.

 2000만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산업도 정치도 모바일이 주도하고 있다. 산업은 이미 모바일이 대세다. 20여 년 전 PC 대중화 시대 사용자는 10만이었다. 스마트폰은 지난해 10월 28일 사용자가 2000만명을 넘었다. 기계적으로 계산하면, 스마트폰과 연계해 무언가 하나만 잘 터트리면 2000만 소비자를 단숨에 확보할 수 있다.

 시선을 모바일 정치로 돌리면 셈법이 복잡해진다. 산업은 모바일과 연계할수록 이득을 볼 가능성이 크지만 정치는 꼭 그렇지 않다. 모바일 투표 장단점은 뚜렷하다. 가장 큰 장점은 ‘그들만의 리그’가 된 정치판에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모바일 투표가 잘 보여주고 있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모바일과 SNS 특성상 정책과 신념을 가진 ‘인물’보다 대중영합적인 ‘인기인’이 뽑힐 가능성이 더 높다. 모바일 선거가 자칫 “연예인 선발대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SNS가 세대적, 계층적, 이념적으로 편향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평등·비밀·직접의 4대 민주선거 원칙을 훼손하는 것도 부담이다. 해킹 문제도 있다.

 그렇다고 모바일 선거 바람을 되돌릴 수 없다. 대세를 탔다. 대선 레이스를 시작한 미국도 모바일 바람이 거세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모바일 선거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살릴 논의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선거에 참여하는 시민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우중(優衆)이 아닌 우중(愚衆)일때는 소용이 없다. 스마트 시대에 걸맞은 스마트 피플이 절실하다.

 방은주 경인취재팀 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