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스마트 교육 사업, `교실 리뉴얼` 사업으로 전락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 교육` 환경 구축 사업이 기존 낙후 시설을 디지털 장비로 교체하는 단순 `교실 리뉴얼`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애초 약속한 클라우드 교육서비스 기반조성이나 온라인 수업 활성화, 디지털교과서 개발 및 적용 등은 뒷전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 교육을 선도적으로 수행할 우수 교육청 산하 30개 학교가 `스마트 교실` 구축 사업자 선정에 필요한 제안요청서(RFP)를 공개했다. RFP 내용에는 최신 제원 PC, 전자칠판, 영상시스템, 전자교탁 등 디지털 장비를 새로 구입하는 게 골자다. 이는 지난해 10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수립한 `스마트교육 추진전략 실행계획`과는 방향이 다르다. 정부는 2015년까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스마트 교육 환경을 구현하는 데 약 3조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교과부가 수립한 실행 계획에는 △디지털교과서 개발 및 적용 △온라인 수업 활성화 △클라우드 교육서비스 기반 조성 등이 핵심 과제로 명시돼 있다. `가상데스크톱(VDI)시스템`과 `모바일 교육환경`을 구축해 학생들이 중앙 서버에 저장된 교육 콘텐츠로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 `스마트 교육` 사업의 최종 목표다.

충청남도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스마트교실 구축` 사업 RFP 내용은 대부분이 단순 PC 업그레이드에 그친다. 실제로 동성중학교, 효포초등학교, 규암초등학교, 금당초등학교, 고덕초등학교, 대술중학교, 강경고등학교 등이 이달 공개한 RFP는 PC, 전자 교탁, 컬러복합기 도입 위주로 꾸며져 있다. 교육부가 제시한 방향과는 달리 클라우드 교육 서비스에 필요한 인프라는 물론이고 디지털교과서를 적용하기 위한 현장 인프라 구축 내용은 전혀 없다. 이들 학교가 향후 디지털교과서를 학습 현장에 활용하기 위해선 추후 별도 인프라 투자를 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범사업격인 이번 사업에서 학교들이 스마트 교실을 구축하기 위해 도입하는 시스템을 살펴보면 클라우드와는 거리가 먼 `보여주기 식` 디지털 장비들로만 구성돼 있다”며 “1990년대 추진했던 `멀티미디어 교실` 모습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마트교육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지금부터라도 `스마트교육 추진전략 실행계획`이 각 지자체 및 학교에서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도교육청 단위별 정확한 이해를 갖고 일괄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교과부 교육정보기획과 관계자는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스마트 교육 환경을 구축하려다 보니 일부 학교에서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작업이 뒷전이 된 측면도 있다”면서 “신설학교 혹은 올 상반기에 추진하는 사업에서는 스마트 교육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 사업을 추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