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전자제품 반덤핑제소 파장

삼성전자 통상팀은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 국산 D램에 대한 반덤핑조사를 위해 방한중인 미국 상무부 관계자들에게 삼성전자의 D램 제조원가와 판매실적 등 자료제공을 하느라 눈코뜰새가 없다.

가전관련 통상담당자들은 최근 EU집행위가 당초 이달말까지 부과키로 했던한국산 대형TV에 대한 반덤핑잠정관세를 3월말까지 연장키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사실확인으로 동분서주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답변서를 제출한 한 국산 전자레인지에 대한 아르헨티나 정부의 반덤핑판정확인에도 정신이 없다. 통신담당 통상담당자들도 88년 12월 AT&T의 반덤핑제소이후 지난 93년 8월 까지 0.03%의 반덤핑관세를 물었던 키폰의 반덤핑문제와 관련, 제소업체인A T&T의 재심요청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기출퇴근제를 실시하면서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오후 4시정도면 퇴근하지만 통상팀은 그렇지 못하다. 현지의 정보수집과 답변서작성등으로 퇴근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일쑤다.

이러한 현상은 LG전자나 대우전자도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LG전자와 대우전자는 반덤핑관련부서 전문요원들이 삼성전자보다 적어 훨씬 더 바쁘다.

LG전자의 이행일부장은 "최근들어 외국업체의 반덤핑제소가 늘어나면서 통상 지원실의 요원들이 사전 정보수집에는 거의 손을 대지못하고 답변서제출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들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연초에 해결해야할 반덤핑제소 문제가 적지않기 때문이다.

올해 반덤핑조사나 확정판정을 받을 한국산 전자제품에 대한 외국의 반덤핑 제소건이 10건에 이르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16인치인하 소형 TV에 대해서는 확정관세부과가 종료되는 올4월에 재심을 검토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반덤핑조사를 벌인 대형TV의 경우 덤핑관세율확정을 두달정도 보류하면서 잠정관세를 내도록 했다.

EU집행위는 또 한국산 전자레인지에 대한 반덤핑혐의를 인정, 2~3월부터 잠정관세부과를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필립스의 자회사인 IR3사의 한국 산VCR 및 관련부품에 대한 반덤핑제소도 아직까지 보류상태에 있다.

오는 23일에는 EU집행위의 조사단이 우리나라에 와 LG전자를 비롯 SKC, 코오롱 새한미디어등을 돌면서 비디오테이프에 대한 반덤핑실사를 벌일 계획이 다. 이에앞서 미국 상무부는 관계자를 파견, 이미 지난12일부터 LG반도체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현대전자등의 D램반덤핑 재에 대한 연례재심을 실시중에 있다. 또 AT&T등 미국 키폰업체들의 요구가 있을 경우 지난해이후 중단했던 한국산 키폰에 대한 반덤핑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반덤핑제소국가도 지금까지 미국, EU에 국한됐으나 최근들어서는 아르헨티나 멕시코, 캐나다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해 한국산 TV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던 아르헨티나정부는 전자레인지에 대한 반덤핑조사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멕시코도 냉장고, 세탁기, VCR등 에 대한 반덤핑조사를 검토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들어 연초부터 외국업체들의 반덤핑 공세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국가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자국산업보호"라는 기본목표는 같다. 선진국이나 개도국이나 할 것없이 한국산 전자제품의 수출봉쇄를 통해 자국전자제품의 입지 를 넓히겠다는 뜻이다. 물론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는 우리나라의 시장개방을 촉진하기 위한 방편으로 반덤핑제소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하여튼 외국의 반덤핑제소는 우리 전자제품의 "수출위축"으로 나타날게 뻔하다. 현재 외국업체들에 의해 제소중인 VCR, 컬러TV, 전자레인지, 반도체 등은 대부분 우리나라의 수출주력제품이다.

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수출실적은 1백12억달러로 잠정집계됐으며 컬러TV(14 억6천8백만달러), VCR(13억9천만달러), 전자레인지(7억1천7백만달러)등의 수출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수출주력제품이 주요거래선인 미국, 유럽으로부터 고율의 덤핑관세를 물면서 수입봉쇄를 당할 경우 올해 전년대비 10%이상의 수출목표달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자업체들은 그동안 반덤핑공세에 대비, 오래전부터 유럽, 미국을 비롯 세계각지에 생산공장을 건설, 현지생산을 늘려왔다. 그러나 외국업체들이 국내 생산분만아니라 해외생산분까지 반덤핑제소품목으로 포함시키고 있어 반덤핑 대책마련도 달라져야 할판이다.

올들어 세계무역기구(WTO)의 본격 출범으로 자국산업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선진국의 반덤핑제소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근본 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금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