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 "지식인들" 참여프로 대폭 확대

연예인들이 독무대를 이뤘던 여의도 방송가에 이른바 "지식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균형잡힌 방송문화풍토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실 그동안 각 방송사들은 시청률경쟁에 집착한 나머지 10대 취향의 쇼나 코미디프로그램 개발에만 전념해온 게 사실이었다. 그 결과 다양한 계층의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은 한켠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식자층 사이에 널리 번져있는 방송에 대한 냉소가 지식인들의 방송이탈을 더욱 부추겨 방송은 연예인들과 그들을 숭배하는 청소년들만의 공간인 것처럼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번 봄철프로그램개편의 기본 방향인 "시청자의 참여기회를 확대하는 방송"에 따라 각 방송사들은 앞다퉈 그동안 방송에서 소외돼 왔던 지식인 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SBS는 오는 17일부터 단행하는 봄개편을 통해 보통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과 사회현상을 살펴보는 "심야특종 우리 사는 세상" (금 밤 11시 50분)을 신설했는데,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정치학박사 정범구씨를 발탁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정씨는 독일 마부르크대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현재 CBS "시사 자키-오늘과 내일"을 진행하고 있는 인물. 또한 고정패널리스트로 시인이자 소설가인 하재봉씨와 저서 "생활속의 법률 지식"으로 잘 알려진 변호사 박동 섭씨를 출연시키기로 했다.

MBC도 이에 뒤질세라 다양한 지식인 참여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우선 눈에 띄는 것으로 "명사 가요 초대석" (수 밤 11시)과 "명강의, 일요광장" (일 오전 6시10분)을 들 수 있다.

"명사가요초대석"은정치.경제.문화.교육 등 각계각층의 사회 저명인사들이 출연, 그들의 애창곡과 추억담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으로 건전하고 품위있는 가요쇼를 지향한다. "명강의, 일요광장"도 각계 명사들을 스튜디오로 초청, 그들의 연륜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삶의 지혜를 들어보는 자리로 마련된 프로 그램. 초청연사로는 성악가 조수미, 컴퓨터 프로그래머 이찬진, 저서 "우리 자녀들 어떻게 키울 것인가"의 연세대 교육학과 이성호 교수, 한양대 수학과 김용운 명예교수 등이 참여해 시청자들과 함께 한다.

이밖에 MBC는 "밤의 문학산책"(일 밤 12시40분)을 신설, 매주 1명의 작가를 선정해 작가의 집필모습과 작품을 쓰게된 배경 등을 인터뷰 형식으로 보여줄예정. KBS 라디오는 채널차별화에 따라 제2라디오를 성인대상 전문채널로 바꾸고 청소년 프로그램인 "가위바위보"를 폐지하는 대신 본격적인 성인청취자 참여프로그램인 "밤을 잊은 그대에게"(월~일 밤 10시5분)를 신설해 진행자로 전 동국대 철학과 황필호 교수를 앉혔다.

그러나 아직도 이들 프로그램을 오전 6~7시대와 밤 11시~12시 사이 등 주로 새벽과 심야시간대에 집중 배치, 여전히 여론 주도층으로서의 지식인들에 대한 각 방송사들의 배려는 미흡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