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한글 정보처리기술수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남과 북이 함께 사용하고 있는 민족공동언어 한글 정보처리기술이나 표준에 관한 문제 는남북통일 이후를 대비、 현재로선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인 관심사가 아닐수없다. 언어처리에 대한 표준은 그 나라 정보화수준 또는 발전가능성을 대변해 주기도 하지만、 우리에게는 남북으로 갈라진 민족공동체간의 동질성 회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북한이 정치적으로 50년 동안이나 분단상태를 지속시킴으로써 한글은 제각각 발전、 변형돼 왔다. 남북간의 사전배열순이나 문법체계가 적지 않게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같은 차이 때문에 남북간 한글 정보처리 표준문제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산재해 있는 실정이다.
이를 전제로 남북간 한글 정보처리 표준의 당위성을 공식적으로 처음 제기했던 것이 바로 지난해 8월 중국 연길에서 열렸던 남북한 및 중국(조선족)학 자들간의 "94코리아 컴퓨터처리 국제학술대회"였다. 한국측에선 국어정보학회와 한국정보과학회가、 북한측에선 컴퓨터관련 최고권위기관인 국가과학원과사회과학원.조선콤퓨터쎈터 소속 교수와 학자들이 참석했다.
지난 9월 13일 같은 장소에서 두번째 열렸던 이 학술대회에서는 한글 정보 처리 분야 가운데 한글부호계(코드시스템).키보드(자판)배열.자모순.컴퓨터 용어 등 4개의 핵심의제를 놓고 민족학자간 밀도있는 토론을 벌여 상당한 수준의 통일 권고안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
본지는 이때 북한학자들로부터 코드시스템.키보드배열.자모순.컴퓨터용어 등4개 분야 주요 논문 10여편을 직접 입수한 바 있다. 정보처리 분야에 대한 북한학자들의 논문이 국내에 공개되기는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이를 토대 로 북한 현황을 집중 조망해보는 것은 가깝게는 내년 6월 예정인 "96코리아 컴퓨터처리 국제학술대회"에서 더 많은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민족적 관심확산 차원이고、 멀게는 장차 이룩될 남북통일에 대비、 한글 정보처리 표준 을 이끌어내기 위한 본격적인 연구활동의 배가를 위한 것이다.
2차례 학술대회에 참석했던 북한측 학자들과 개별접촉 과정에서 드러난 북한의 정보처리수준 및 환경은 대체적으로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남한에 크게뒤져 있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최소한 대등하거나 앞서 있는 것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북한의 정보처리관련 유관단체 및 연구기관으로는 우리의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에 비교되는 조선과학기술총련맹과、 공업진흥청에 해당하는 규격 및품질감독총국(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 생산성본부격인 전자자동화공업 위원회 내에 콤퓨터쎈터와 12월1일연구소 등이 있다. 또 우리의 시스템공학 센터에 상응하는 전자계산기연구소(국가과학원 산하)를 비롯해 한국전산원에해당하는 조선콤퓨터쎈터 등이 있다.
이 밖에 20여개의 단위연구소가 있는데 평양콤퓨터쎈터의 경우 연구원만 5백명 정도이며、 정보통신관련 연구가 주임무인 조선통보연구소는 장차 연구 원수를 7백명으로까지 확대할 것으로 전해져 북한의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관심 정도를 측정해 볼 수 있게 한다.
고급인재 양성기관으로는 김책공업종합대학과 김일성종합대학이 꼽히고 있으며 이들 대학의 컴퓨터관련 학생은 전체 학생수의 5% 내외인 것으로 전해 지고 있다. 특히 김책공대 전자계산기 학부의 경우 학생정원이 6백명으로 북한내 전산교육기관 가운데 최대규모이다.
북한의 하드웨어 분야는 설계기술의 경우 병렬처리컴퓨터는 설계착수 단계 486급은 주기판 설계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생산기술은 286급PC 조립수 준으로 전해졌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소련.중국 등 과거 주요 사회주의국가가 그렇듯 북한도 하드웨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대공산권수출규제위원회 COCOM 의 규제 때문에 서방으로부터의 하드웨어 유입이 힘들었던 만큼 이를 소프트웨어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배가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북한측은 최근 "타이컴" 등에 이식돼 있는 유닉스 운용체계 시스템V릴리스 SVR 4.2 소스코드를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라이선스권자인 미AT&T로 부터 구해줄 것을 한국측에 요청한 바 있다. 이같은 수준이면 정보처리 분야에대한 남북교류가 본격화할 경우 우리 측으로선 취약한 "타이컴"용 응용소 프트웨어의 개발에 북한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 이나온다. 실제 북한은 이라크.리비아 등 비동맹권 국가들로부터 상당량의 수탁개발업무를 수주하고 있다고 학자들이 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일반적인 정보화 단계는 남한의 5년전 수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보화의한 척도라 할 수 있는 PC가격의 경우 최근 북한정부가 김책공대에하사한 3백대의 PC(486DX2 66급 1백20대 포함) 도입가가 무려 1천만달러(80 억)에 이르는 등 남한의 80년대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