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되찾는 러시아 가전시장

소비에트연방 해체이후 여전한 정보불안에도 불구하고 최근 러시아의 가전 시장는 경기회복으로 활기를 찾고 있다.

최근 수년간 GDP(국내총생산)은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지난 92 년의 마이너스 30%선에서 올해는 마이너스 12%선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전망되며 내년에는 마이너스 10%이하로 역성장폭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기대되고 있다. 또한 올들어 한때 1달러당 5천루블에 달했던 환율은 하반기 들어 4천5백루블 수준으로 인하되는 등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러시아의 전반적인 경제안정은 가전제품을 포함한 전자시장에도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특히 유럽.일본.한국산 등 수입제품을 중심으로 한 고가제품의 수요가 두드러지게 늘고 있으며 수요패턴도 가격 위주에서 품질과 AS에 비중을 두는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92년 28억달러에 달했던 독립국가연합(CIS)내의 수입가전시장은 93년 20억 달러 규모로 줄어 구매력의 한계를 보이는 듯했으나 지난해 24억달러, 올해는30억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등 다시 뚜렷한 신장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처럼 수입 가전제품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그동안 수요의 대부분을 충족시켜 왔던 현지 생산제품이 급격하게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기때문이다. 과거 소련은 지역간 균형적인 발전을 이유로 대부분의 부품생산을 지역단 위로 생산해 왔다. TV를 예로 들면 튜너는 카자흐스탄에서, 모니터는 우즈베 크에서 생산케 하는 등 지역별로 부품을 분리생산, 다시 한곳에서 모아 조립 하는 시스템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연방이 해체되고 15개의 독립국이 생겨나면서 각 지역에 산재한 부품생산 체제는 전산업을 일순간에 파행상태로 몰아넣어 버렸다.

현지 생산업체들은 경쟁력은 말할 것도 없고 생산 자체가 마비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연간 수백만대의 가전제품을 생산해 왔던 일렉트로니카.루빈등 주요업체들은 현재 가동을 최소수준으로 하거나 업종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메이드 인 러시아"는 내국민들에게 가장 인기없는 브랜드로 전락해 있다. 반면 러시아 내수시장의 절대적인 생산부족과 소비자들의 외제선호에 힘입 어수입브랜드는 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올 상반기중 파나소닉과 소니는각각 1억9천만달러, 1억8천만달러의 실적을 올리며 러시아 내수시장을 파고들었고 삼성전자가 1억4천만달러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파나소닉.소니 등 일본제품과 필립스 등 유럽제품은 특히 오디오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고, 한국제품의 경우 컬러TV.VCR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다. 모스크바 시내에서 삼성전자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치간코프 알렉산더씨 42 는 "한국제품은 일본제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뛰어나최근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가정에는 TV.냉장고 등 주요 가전제품이 거의 1백% 가까이 보급 되어 있으나, 품질과 성능이 뒤져 소비자들이 신제품을 사려는 욕구가 대단 히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보급률이 아직 낮은 VCR는 농촌에서는 소를팔아 산다고 할 정도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일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고가제품시장도 크게 확장되고 있다. 삼성 전자 CIS법인을 총괄하고 있는 양충일 이사는 "1억5천만명의 러시아를 포함 해총 2억9천명에 달하는 CIS인구중 10% 정도가 수입가전제품을 구입할 수있는 잠재수요로 파악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유통 및 AS기반 확충에 우선순위를 두고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및 CIS시장이 외국업체들에게 손쉽게 성공을 보장할 것으로 보기엔 아직도 장애물들이 산적해 있다.

최고 25%에 달하는 수입관세와 여전히 높은 인플레, 불안정한 루블화 등 은정치적 요소와 함께 외국업체들을 움츠리게 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