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료기기가 속속 국산화하고 있으나 대기업과 제약사들이 여전히 외국 의료기기의 수입 판매에 치중, 관련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한국의료용구공업협동조합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코오롱·한화 등대기업과 광동제약·녹십자·동아제약 등 제약사들이 생산보다는 각종 의료기기를 수입·판매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삼성GE의료기기·두산상사·중외메디칼·대웅메디칼 등 제조를 병행하는 의료기기 업체들조차도 총매출액의60∼90%를 수입제품으로 채우는 등 의료기기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들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의 여유가 있음에도불구하고 의료기기 연구개발이나 국산화 노력보다는 수입판매를 통한 단기적인 「이익 챙기기」에 급급해 제조업체들로부터 「무역역조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초음파 영상진단기 등을 생산하는 삼성GE의료기기의 경우 지난해 45억7천7백만원(의료용구조합 신고액 기준) 상당의 의료기기를 생산했으나 수입액은6백60만달러로 생산보다 수입이 많았으며 X선 필름현상기를 생산하는 두산상사도 생산 5억4천7백만원, 수입 3백60만달러로 수입액이 생산액보다 5배나많았다.
또 중외제약은 자회사격인 중외메디칼을 통해 41억3천9백만원 상당의 제품을 생산했으나 수입액은 이보다 훨씬 많은 6백70만달러였고, 대웅제약도 생산 3억4천6백만원, 수입 7백80만달러로 수입이 생산보다 무려 20배나 많았다.
뿐만 아니라 코오롱은 인공신장기의 제조허가를 취득했으나 생산은 뒤로미루고 인공신장기와 기타 소모품의 수입에 급급, 오퍼상으로 전락했고 한화역시 고품질의 국산 의료기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모성 의료기기를 무분별하게 수입 판매하고 있다.
녹십자는 독일 베링거만하임사와 합작설립한 녹십자베링거만하임사를 통해각종 분석기기와 진단시약 등의 수입 판매에 주력, 지난해 4백70만달러를 수입했으며 동아제약은 아예 생산은 하지 않고 2백20만달러 상당의 의료기기만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광동제약이 일본의 옴론사가 생산하는 당뇨병·신장병 및 간질환 등을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소변검사기를 수입 판매하고 있는 것을 비롯, 약 20개에 달하는 제약사들이 제조는 하지 않고 각종 의료기기를 수입 판매하는데만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대기업과 제약사가 수입하는 의료기기의 상당수가 신고치 않아도 되는 자유품목이며, 대부분 리스사를 통해 수입 판매하기 때문에 집계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로 이들이 수입하는 의료기기는 집계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대기업 및 제약사들이 의료기기를 수입 판매하는 데 주력하는 것은의료기기 산업이 2000년대 유망업종으로 부각되면서 시장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다 투자액에 비해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제조업을 기피하고손쉽게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입 판매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고가의 전자의료기기를 국산화하는 데는 중소기업보다 자금여력이 많은 대기업 및 제약사들이 나서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며 대기업과 제약사는 장기적 안목에서수입 판매에 주력하기 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서둘러 의료기기 제조업에 직접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는 대기업이 의료기기 제조업에 참여토록 유도하기 위해 공통애로기술 개발자금 등 기술개발 자금에서 시드머니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대우·현대 등 대형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그동안축적한 전자기술 및 막대한 자금력을 이용할 경우 첨단 전자의료기기 개발은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며 자체수요는 물론 수출도 계열상사를 활용할 수 있어 판로개척에도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생산액은 전년비 9.8% 성장한 2천8백93억6천4백만원이었으나 수입액은 7억2천6백90만달러에 이르는 등 무역역조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국내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총4백개에 달하나 고용인원 50명 이하 연간생산액이 10억원 미만의 영세업체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업체 대부분이 부가가치가 낮은 저기술품목에 매달려 있는 상태다.
〈박효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