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디지털 케이블TV 상용화될까

가정에 설치된 전화선 만으로 케이블TV는 물론 인터넷, 주문형비디오, ISDN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는 한국통신의 디지털 케이블TV(프로젝트명 SWAN-II)시스템이 서울 은평구와 송파구 5백 가입자를 대상으로 시범서비스에 들어감으로써 상용화 가능성 및 시기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통신은 SWAN-II시스템의 상용화를 발표하면서 『케이블 TV를 시청하기 위해 동축케이블을 새로 깔아야 하거나 고속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ISDN회선을 신청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현재 각광받고 있는 모든 통신, 방송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한국통신은 또 내년 6월까지 시범서비스를 거쳐 곧바로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혀 빠르면 내년중에 이처럼 꿈같은 일이 현실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하지만 관계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이 시스템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숱한 난관들이 가로놓여 있어 실제로 일반인들이 이 시스템을 이용하기지는 상당한 세월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개발주체인 한국통신 내부에서조차 이 시스템의 상용화 여부를 놓고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SWAN-II의 상용화 전망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SWAN-II 시스템은 풀서비스네트워크(FSN), 즉 모든 방송, 통신 서비스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하려는 한국통신의 야심작이다. 이 계획에는 또한 한국통신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해 주는 전화선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시스템에 경제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은 현재의 아날로그 방식 케이블TV망에 비해 SWAN-II시스템의 망구축비용이 최소한 3~4배 가량 더 들 것으로 에상하고 있다.

한국통신 내부의 SWAN-II 반대론자들은 현재도 케이블TV망 사업에서 매년 1천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3~4배 이상 더 비용을 들여야 할 디지털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다 기술적인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SWAN-II가 채택하고 있는 FTTC(Fiber to the Curb)는 통신사업자들의 망 발전방향과 일치하며 장기적으로는 FTTC를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현재는 기술적인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계며 망운영관리, 유지보수, 한국통신 전화망과의 정합, 경제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2~3년 정도의 실험기간을 더 거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담당부서인 CATV사업국은 이같은 주장을 일축한다.

CATV사업국은 『SWAN-II는 한국통신의 수익을 위해 하는 사업이 아니라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이라는 범국가적인 프로젝트의 일환이며 케이블 TV망으로만 제한해 경제성을 따지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이 모든 가정에 광케이블을 구축하는 FTTH(Fiber to the Home)을 목표로 하는 이상 가입자 인근 2백m까지 광케이블로 연결하는 FTTC가 그 전단계라는 것이다.

당장 한국통신을 고민스럽게 하는 것은 내년 상반기에 허가될 케이블TV 2차 SO지역에서 SWAN-II를 상용화할 것이냐의 문제다. 이와 관련 한국통신은 우선 수도권 인근의 신도시 지역 몇 군데에서 SWAN-II를 상용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TV 방송국운영업자(SO)들이 한국통신의 SWAN-II시스템을 채택하느냐의 문제는 그 다음에 넘어야 할 산이다. 기존 SO의 한 관계자는 『한국통신의 SWAN-II계획을 보면 전송망사업자인 한국통신이 SO의 영역까지 침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그럴 경우 SO들의 반발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통신이 「기존 전화선을 이용」한다는 표현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전문가는 『기존 아날로그 전화선을 아무 조건없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 새로 개발된 신종 전화선을 이용하는 것이며 이는 결국 SWAN-II를 상용화하더라도 기존 전화선을 교체해야 한다는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일반인들이 디지털방식의 케이블 TV서비스를 이용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세월이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을 강조하고 있는 최근의 한국통신 분위기 속에서 공익성과 모험 투자를 주장하는 SWAN-II프로젝트 실무진들의 주장이 관철될 것인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