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에너지절약과 전기차

尹景錫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근 한국의 경제가 고비용, 고임금, 저효율로 몸살을 앓게 되면서 국제수지 적자의 주범인 에너지 과소비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전체 에너지 소비는 연간 10%대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선진국의 연평균 에너지 소비증가율 1% 안팎에 비하면 과소비란 말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수준이다. 에너지 과소비는 직접 눈에 보이는 경제적 손실만 내는 것이 아니라 대기오염을 더욱 악화시켜 시민의 건강을 해치고 자연을 파괴하는 더 큰 손실을 부차적으로 유발한다.

이러한 에너지 과소비 현상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경제부문별로 에너지 소비를 보면 지난 10년간 가정과 상업부문이 73%가 늘어난 반면 산업부문은 2백4%, 수송부문 2백92%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최근 에너지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수송부문임이 드러났다. 그동안 소득증가로 자동차 보유대수는 매년 15∼30%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유지해 왔으며 이제 1천만대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고, 이에 따라 에너지 소비도 매년 13∼20%씩 늘어나 국내의 총에너지 소비량의 4분의 1에 육박하고 있다.

통계자료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수송부문의 에너지 절약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 절약 차원을 넘어 대기오염과 환경파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절박감에 기인한다.

자동차가 뿜어대는 배기가스 중 인체에 가장 해로운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및 질소산화물이 각각 67% 88% 53%로 전체 대기오염의 주범이 된지는 이미 오래됐고 2차적인 오존발생 등 도시환경 오염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더이상 방치하면 국민건강은 물론 정치적, 경제적 비용을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자동차 운행의 대폭 감축, 엔진효율 증대, 자동차 배출가스 감축, 대체연료 또는 무공해 자동차의 개발 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자동차의 운행감축 이외에는 모두 기술개발과 관련된 대처방안으로 지금도 부단히 시도되고 있지만 쉽게 해결될 과제들이 아니다. 행정규제로 지금이라도 당장 가능한 자동차 감축은 그래서 항상 정책 입안자들의 구미를 당겨 걸핏하면 자동차 부제운행이나 휘발유 값의 인상을 거론하게 된다. 그러나 부제운행이나 유가인상이 궁극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에너지 사용의 효율 증대와 자동차의 배출가스 감축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고 그 영향도 크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대체연료와 무공해 자동차의 개발뿐이다. 무공해 자동차는 현재로서는 전기자동차로 대표되는데 이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몇 가지 잘못된 점이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나쁘다는 인식이다. 이것은 아마도 전기가 휘발유나 경유보다 비싸다는 막연한 생각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연구 보고에 따르면 원유를 1백5로 하여 자동차 엔진이 구동될 때까지의 에너지 총효율은 10.3%인 반면에 전동기 구동에 의한 전기자동차의 에너지 총 효율은 20.7%로 2배 이상 높다. 게다가 일시 정차시 무동력으로 약 20%, 제동시 재충전에 의한 에너지 절약 50% 등을 감안하면 에너지 총효율이 35%에 이를 수가 있다. 더욱이 전기는 원유로만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원자력, 석탄 등 산업 에너지와 수력, 풍력, 태양에너지 등 무공해 자연 에너지의 이용으로 원유절약과 공해방지의 두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그렇다면 전기자동차시대는 언제 올 것인가. 그것은 정책적 의지에 달려 있다. 지금은 기술적으로 다소 미숙해도 부분적으로 시행하여 발전시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도 국책과제로 전기자동차의 연구가 일부에서 진행되고 있으나 자동차 수출을 위한 승용차 연구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의 도시환경을 생각하면 승용차보다는 버스나 특정차량부터 추진하는 것이 정책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마을버스가 첫 대상이 될 수 있다. 깨끗하고 조용한 전기버스가 상큼한 서울 거리를 달리는 모습을 한 번 상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