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경기침체에다 소비심리 냉각에도 사치성 외산제품 선호풍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국산품애용운동과 근검절약운동을 벌이는데도 오히려 외산 선호풍조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 가전업체가 최근 1년 이내에 냉장고를 구입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 2백명을 대상으로 외산과 국산제품을 보여주며 실시한 「제품호감도 및 선호요인」 조사에서 제품 브랜드를 모두 외산으로 표시했더니 80%가 국산제품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제품을 놓고 제품별 브랜드와 기능을 상세히 알려준 후 나온 결과는 외산을 사겠다는 비율이 42% 선으로 크게 높아진 반면 국산 선택은 전보다 낮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성능이 우수해도 국산인 줄 알면 선호도가 떨어졌다는 조사결과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소비자들은 외산제품이 국산보다 비싼 것은 당연하고 냉장고 가격차가 30만원 정도인 경우 외산을 사겠다고 답했다는 조사내용은 과시욕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재정경제원이 조사분석한 지난 1분기 소비재 수입동향은 이같은 풍조를 잘 반영하고 있다. 가전제품의 수입이 크게 늘어났다. 가장 수입 증가율이 높은 가전제품은 사치성 내구소비재의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히는 대형 컬러TV와 VCR다. 올 1분기중 수입된 대형 컬러TV는 1천4백52만5천달러어치로 작년 같은 기간 8백7만4천달러 보다 무려 79.9% 증가했으며 VCR는 9백21만5천만달러어치가 수입돼 전년 대비 85.6% 늘어났다. 국내 가전시장의 성장세가 올 들어 한자리수에 머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라 할 수 있다.
시장개방으로 외산 가전제품의 수입이 매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견되긴 했어도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다 소비절약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이처럼 가전제품이 사치품 소비재 수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느낌이다. 외산 가전제품의 수입이 늘어날 경우 연구개발의 위축 등 국내산업이 입는 피해는 매우 크다. 실제 커피메이커 등 일부 소형가전제품 생산업체들은 밀려드는 외산제품에 경쟁력을 상실,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이같이 외산 가전제품의 수입이 늘어나고있는 원인은 일차적으로 소비자들의 과소비 풍조와 뿌리박힌 외산제품 선호의식이 라고 봐야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일부 계층에 국한된 것이라는 지적이긴 하나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민간단체들이 최근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인식, 과소비추방운동과 근검절약운동을 펴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를 문제삼아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진국들이 우리 민간단체들의 소비절약운동을 트집잡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이런 상황에까지 가게한 우리 소비자들 모두가 자성해야 할 일임에 틀림이 없다. 특히 앞서 조사에서도 나타난 것같이 우리 제품이 모델이나 성능면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데도 단지 외산이 좋을 것이라는 선입관과 과시욕 때문에 외면당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국내 업계나 크게는 국가경제를 위해서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하여 기업도 또다른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이제는 물리적인 제도나 장치로는 수입을 막을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같은 성능인데도 왜 과시욕을 충족시켜주는 제품이 못되는지, 소비자들은 소비자대로 제품의 선택을 과연 경제적으로 하고있는 현명한 소비자임을 자임할 수 있는지 모두가 다시 한번 뒤돌아보고 노력할 때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