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해를 통해 넘어온 북한주민 두 가족 14명을 비롯한 귀순자 및 탈북자의 급증과 더불어 심각해지는 북한의 식량난 등으로 남북교류와 통일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방안이나 계획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의 대책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세워져야 하겠지만 통일 이전이라도 이룩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 과제는 민족의 동질성 회복일 것이다.
남북분단 이후 민족의 이질화는 북한체제가 신문, 라디오, TV를 포함한 보도매체는 물론 전화, 팩스, 인터넷 등 모든 대외적인 정보통신통로를 철저히 차단하고 통제한 데서 기인한다는 것은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전세계가 고도의 정보사회로 치닫고 있는데 유독 북한만은 이를 도외시한 채 폐쇄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한 마디로 북한은 反정보사회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함에 있어서는 정보통신기술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최근 귀순한 두 가족의 증언은 북한당국의 철저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한국방송을 듣고 전화도 사용하는 주민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분야에서 가능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대책이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정보자료가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학계와 관련 연구기관 등에서 이 분야에 대한 조사연구활동을 전개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 이 분야 연구활동은 지극히 부족한 자료와 여건 속에서 진행돼 기초적이고 학술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그 결과물은 대부분 단편적이고 부분적이어서 북한의 전반적인 실태를 올바로 파악하기에는 너무도 불충분한 것임은 물론이다. 혹시 유엔개발기구(UNDP)나 국제통신연합(ITU) 등의 국제기관에 어느 정도 종합적인 자료가 있다 하더라도 그들 역시 근거가 희박하고 오래된 낡은 자료일 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이제 이 분야에 대한 조사연구를 실질적이고 산업적인 측면에서 활성화하는 한편 모든 관련 정보자료를 교류, 공유해야 할 것이다. 남북한 간에는 제한적이나마 학술차원의 교류가 이루어져 왔다.
특히 지난 94년부터 3년간에 걸쳐 중국에서 남북한 및 중국 동포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보처리분야 학술회의를 개최하고 컴퓨터용어를 비롯한 몇 가지 사항에서 합의안까지 도출해낸 것은 남북한 학술교류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또 올해에도 지난 4월 초 역시 중국에서 남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과학기술 교류에 관한 학술회의가 개최되는 등 양측간의 학술교류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기업간의 교역과 협력도 늘어나는 추세다. 더욱이 나진, 선봉지역 개발사업 진출과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을 위한 산업기술분야의 접촉은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또 정부기관에서도 국제회의나 기타 다른 통로를 통해 직간접으로 접촉을 해오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간접적으로나마 북한에 통신기자재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기술교류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다.
이처럼 학계, 산업계, 단체, 정부 등 각계가 북한과 접촉 또는 교류를 해오고 있으나 각계 상호간의 정보교류가 공유없이 진전되고 있어 비효율적이며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관련학계, 산업계, 연구기관 등은 북한 정보통신분야에 관한 정보를 상호 교류, 공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기관도 국가기밀이나 대북정책 상 보안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는 자료를 제외한 모든 정보자료를 연구활동에 활용하도록 협조할 뿐 아니라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을 결집시키는 기능 및 제도적 뒷받침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통일을 앞당기는 데 정보통신기술을 적극 활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