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 삼보컴퓨터 이홍순 사장

삼보컴퓨터는 지난해 4월 2세 경영체제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이홍순 삼보컴퓨터 사장은 그러나 경영권을 이어받은 지 1년도 안돼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폭풍우를 만났다. 비록 삼보컴퓨터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시련을 극복하는 것이 최대의 숙제다. 새해를 맞는 각오가 남다르다는 이 사장은 올해 경영 효율성 향상과 조직의 스피드를 높이는 데 온 힘을 쏟아붓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세계시장에서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컴포넌트 컴퍼니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담=컴퓨터산업부 조인 부장

-올해는 IMF한파로 그 어느때보다 난관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먼저 경영환경이 어떻게 바뀔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불황이 심화되던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98년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으나 실제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IMF 터널의 입구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말 그대로 개인이나 기업, 특히 제조업체에는 고난의 시작이고 여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경영이 모든 경영자들의 숙제라고 봅니다.

은행과 자본의 비정상적인 동결상황 아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금입니다. 기존의 어음거래 관행이 현금거래로 바뀜에 따라 현금흐름 위주의 경영환경과 체질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또 은행의 대출 자체가 어려워졌으며 고금리 때문에 이를 쓰는 것 또한 저마진경영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부품을 현금으로 구매해 이를 생산해 PC를 팔고도 수금이 늦으면 은행금리 때문에 앉아서 손해 보는 일이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모든 업무 고객지향`으로 국가적으로 외환위기라는 큰 고비를 넘겼지만 기업들은 이제부터가 진짜 고비를 맞게 될 것입니다. 경제성장률이 2%대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업종에 걸쳐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고용불안이 증대되며 세율인상,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특히 IMF와 합의한 재정, 금융긴축으로 내수시장은 더욱 움츠러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보컴퓨터는 이처럼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어떻게 대처할 계획입니까.

▲첫번째는 현금흐름 중심의 실물경영체제를 확고히 다질 생각입니다. 다행히 지난 96년 하반기의 유상증자와 지난해 회사채 발행, 그리고 단기자금보다 장기자금으로의 비중을 높이는 자구노력을 했던 것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그나마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기반에서 「Best Marketing Company」와 「Most Efficient Company」를 지향하는 것이 올해 경영방침의 기류를 이룰 것입니다. 「Best Marketing Company」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회사를 바라본 것으로 소비자에게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지닌 상품을 기획하고 상품화할 것을 전사가 지향할 것이라는 개념입니다. 또 「Most Efficient Company」는 경영 효율성 극대화에 초점을 두고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추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기반을 갖추기 위해 사내의 모든 업무를 고객지향적이고 현장 중심으로 개편해나갈 것입니다. 이미 작년 말부터 대리점 사장 및 직원들과 본사 영업사원, 임원들이 한달에 한번 한자리에 모여 고객의 요구(Needs)를 직접 파악하고 본사의 마케팅 정책을 왜곡됨 없이 전달하는 윈윈(Win Win) 워크아웃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영업부문뿐만 아니라 모든 부문에서 고객과 직접적으로 대화하면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예정입니다.

또 지난해 상반기부터 추진해온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더욱 가속화해나갈 예정입니다. 구매에서 수금까지 각 부문의 회전기일을 단축함으로써 이미 6백억원의 운영자금 절감효과를 거두었는데, 올해는 사원 개개인까지 혁신목표를 명확히 함으로써 스피드 경쟁력을 배가해나갈 것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매출증대에 따른 추가운영 자금이 필요치 않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기업들이 고비용과 저효율을 이야기하는데 특히 중요한 것은 저효율이라고 봅니다. 때문에 기업 자체 경쟁력이 고효율을 지향하게 되면 나머지 문제는 대부분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매출이 증가하는 것과 비례해 비용이 증가하는 회사구조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보다 첨예화한 정보화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갖춰 고효율과 선진화한 기업구조를 갖추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올해 중점을 두고 추진할 경영전략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도 수출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조경쟁력 강화가 성공의 열쇠라고 봅니다. 삼보컴퓨터 창립 이래 지속적으로 추진해오던 수출 노하우와 지난 몇년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되고 기존 바이어의 30% 물량증대와 신규 대형 바이어의 수주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IMF체제 하에서 경쟁사와의 출혈경쟁보다는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전제조건 아래 효율성 경쟁과 창조력 경쟁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내수시장에서 보장형 PC의 상품 콘셉트를 보강하고 여기서 더 나아가 교육과 AS부문에서도 독특한 보장형 개념을 도입할 것입니다.

특히 보장형 PC의 판매호조로 활기를 띠고 있는 국내영업부문의 체질을 강화시켜나갈 계획입니다. 고객의 요구를 현장에서 직접 수렴해 제2, 제3의 보장형 PC를 개발하고 기존 대리점과 신규 중형점, 멀티숍의 매출과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즉 재무적 안정을 기하는 가운데 투자의 1순위는 국내영업부문 체질강화에 부여될 것입니다.

또 컴퓨터 전문업체로서의 차별화한 경쟁력을 더욱 키우는 한편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새로운 상품화 아이템을 시너지테크놀로지센터(STC)를 통해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통신과 컴퓨터 플랫폼을 통합한 세트톱PC와 개인휴대단말기(PDA), 케이블모뎀 등이 준비돼 있습니다.

AS에도 보장형 개념 도입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매출 1조원 기업군에 진입할 것입니다. 특히 경기불황을 넘어 국가부도까지 거론되던 국내 경제상황 아래서 1조원 컴퍼니로서의 진입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예년까지는 매출 1조원대 회사는 결코 망하지 않는다는 한국기업의 불문율이 이미 참담하게 틀렸음을 지난해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를 버티고 생존한 1조원 기업은 여러모로 경쟁력을 갖춘 튼튼한 체질을 갖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외국 컴퓨터기업들이 국내 기업의 전국적인 유통망을 이용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에 나서고 있는데 이의 대응전략은 무엇입니까.

▲기본적으로 내수시장을 확충하기 위한 타깃은 3가지입니다. 첫번째가 지난해 시작한 중형점, 두번째는 용산전자랜드 등을 비롯한 양판점과 멀티숍, 그리고 기존 대리점입니다.

체인지업 PC 출시 이후 기존의 대리점과 멀티숍이 평소의 3∼5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것을 보고 사실 놀랐습니다. 대리점은 대리점대로, 멀티숍은 멀티숍대로의 기능이 분할돼있고 두 채널을 혼합 운영함으로써 더욱 경쟁력 있는 매출을 가져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현재 대리점 채널확보 문제에서는 삼성전자와 비교해 2대5의 열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난해 12월 이후 실판매 볼륨에서 이를 극복하고 있어 단순히 유통점의 숫자가 문제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말 부도가 난 큐닉스와 뉴텍컴퓨터 대리점을 대상으로 영입을 진행중이나 무분별한 양적 확대보다는 경쟁력 있는 대리점의 발굴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우수점을 선별중입니다.

지난해 LG IBM이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올해는 컴팩과 현대전자의 합작이 예정돼 있으나 이질적인 문화를 지닌 국내외 대기업의 시너지가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잘 이용할 경우 그룹에서 독립해 전문화하고 안정적인 유통회사로 성장한다면 그 잠재력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삼보컴퓨터는 컴퓨터 전문업체면서도 조립업체라는 한계 때문에 장래를 불투명하게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업구조조정 전략을 밝혀주십시오.

▲우선 컴퓨터산업이라는 업종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변화의 속도가 여타 업종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6개월 단위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핵심 부품에 투여되는 연구개발 비용과 추가이익을 창출하기에는 거의 독점적인 업체가 아니고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의 유수 컴퓨터업체들이 거의 모든 부품을 아웃소싱에 의존하고 스스로 조립업체임을 고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즉 조립업체라는 것은 한계가 아니라 컴퓨터업종에 기인한 특성 중 하나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현대의 컴퓨터산업을 리드해나가는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해줄 수 있는 마케팅과 솔루션 능력에 의해 좌우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대처하기에 따라 세계시장을 넘볼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컴퓨터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주기판의 개발과 생산부문에서 이미 세계수준에 도달해 있어 향후 전망은 무척 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최악의 경우 컴퓨터산업에서 저희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 역시 존재하므로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컴퓨터기술에 기반해 부가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아이템, 즉 앞서 말씀 드린 세트톱PC, 케이블모뎀 등의 사업을 올해부터는 본격화해나갈 것입니다.

마케팅, 솔루션 능력 배가 -마지막으로 국제적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세계화 또는 현지화 전략을 말해주십시오.

▲내수시장에서는 좋은 시스템 비즈니스가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인 반면, 수출시장에서는 좋은 컴포넌트 메이커로 자리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국내 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 마케팅하고 교육, AS까지 완전히 소화할 수 있으나 낯선 해외에서 우리의 능력은 경쟁력 있는 몇몇 컴포넌트분야에서 승부하는 것이 최선임을 배웠습니다.

10여년간의 수출을 통해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것에 대한 깨달음이지만 올해부터 수출에서 기대되는 것이 많습니다. 지난해에는 2억3천달러 정도를 수출했는데 올해는 5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바이어가 약 30% 정도 거래량을 늘릴 것으로 보이고 대형 신규 바이어의 수주에 따라 안산공장 생산능력을 기본보다 2배로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가 진행중입니다. 예상하기로는 수출 3억달러가 넘어가면 공장의 기본 운영경비를 감당하고 이후로는 제조원가를 뺀 나머지가 고스란히 이익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내수와 수출의 매출비중이 같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출의 대폭적인 증가에 따른 자원 재분배와 효율적인 현지법인 관리도 병행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수출의 성패가 IMF체제 아래서 생존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정리=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