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실업과 나눔

인도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한 거지가 구걸하며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왕이 왕복 대신 평민복으로 갈아입고 민정시찰을 나가다가 그 거지를 만났다.

『제발 한 푼만 보태줍쇼.』 거지가 애걸했다. 왕이 가만히 보니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잘살 수 있는 사람 같았다. 『달라고만 하지 말고 내게 줄 것이 있으면 어디 한번 내놓아 보시지요.』 왕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거지는 옆에 있던 쌀자루에서 쌀 한 톨을 꺼내 이 평민에게 주었다. 왕은 그 쌀 한 톨을 받고 주머니에서 무엇인가 꺼내 자루에 넣어 주었다. 저녁이 되어 자루를 열어 본 거지는 깜짝 놀랐다. 거기에는 금 한 톨이 들어 있었다. 거지는 탄식하듯 중얼거렸다. 『더 많이 줄 걸∥.』

나눔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프랑스 작가이며 문명비평가인 비비안 포레스테의 「경제적 공포」에는 노동소멸과 실업양산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끔찍한 진단 일색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도 「노동의 종말」에서 인간의 노동이 서서히 그리고 필연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물론 이들은 이같은 대량실업 상황을 일시적 위기가 아닌 문명의 대격변으로 보고 있다. 첨단기술, 정보사회, 경영혁신 등으로 노동의 가치가 상실됐기 때문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실업사태도 그 원인이 다를 뿐 결과만 놓고 볼 때는 비슷한 일면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인해 실업이 양산되고 있는 탓이다. 직장인들은 「실직」이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직장인들에게 실업은 공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실업자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제 직장인들이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나눔의 공동체의식을 보여 줘야 한다. 8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도 거세게 불어닥친 포스트모더니즘의 열풍 속에서 원자화, 파편화한 사회를 한데 아우르는 공동체 윤리가 이미 일선 직장에서 십시일반의 나눔으로 승화하고 있다고 한다. 공통된 가치관의 상실로 공허해진 실직자들에게 나눔의 윤리학을 통해 희망을 선물하고 있는 것이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