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Y2k] 선진국 대응 현황

최근 선진각국은 2000년(Y2k)문제로 비상이 걸렸다. 우리보다 오히려 더 난리다. 상대적으로 전산시스템 구축이 앞서 있고 그 범위도 한층 넓은 상태라 「손봐야 할 곳」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 캐나다, 일본, 영국 등 선진각국은 정부차원의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Y2k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국가의 신문 구인광고란에 코볼프로그래머를 모집하는 광고가 불과 몇달전인 지난해말에 비해 4, 5배씩 늘어난 것만 봐도 선진국의 Y2k 해결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 수 있다.

이중 밀레니엄 버그 해결에 가장 앞장선 나라는 역시 미국이다.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조직적인 대응노력을 펼쳐온 미국은 올초 클린턴 대통령 직속으로 백악관에 「YEAR2000위원회」를 만들어 각 행정기관과 민간업체의 2000문제 해결책을 직접 챙기도록 했다. 주정부도 전담반을 구성해 표준제정작업에 나섰다. 미국 관리예산국(OMB)은 공공부문 해결을 위해 28억달러를 확보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대응노력도 빠른 편이다. 지난 95년부터 정보통신업계를 중심으로 「2000문제위원회」를 발족해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여기에는 금융권의 기금마련을 통한 자체해결은 물론 통산성이 기업들의 수정비용과 소프트웨어 개발비용에 대해 세금우대를 해주는 등 다양한 지원책이 포함돼 있다.

영국과 캐나다도 오는 2000년에 예상되는 「밀레니엄 버그」에 따른 대혼란을 막기 위한 막대한 예산과 전문인력 투입을 최근 공식 발표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밀레니엄 버그」가 운송을 비롯한 공공서비스와 의료, 경찰, 화재진압, 비상작전, 급료 및 연금계산, 금융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일대 혼란을 빚고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시한폭탄」』이라고 말하고 이를 막기 위해 정부예산을 대대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이를 위해 앞으로 1년간 약 2만명의 컴퓨터프로그램 전문가를 집중 양성해 「밀레니엄 버그」 방지작업에 투입하고 중소기업에는 관련자금을 별도 지원할 방침인데 공공부문에서만 앞으로 30억파운드(약 7조5천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들 것으로 전망했다.

블레어 총리는 「밀레니엄 버그」의 위험성을 알리는 정부 홍보사업인 「액션2000」의 예산도 기존 1백만파운드에서 1천7백만파운드로 대폭 늘리고 세계은행 신탁기금에 1천만파운드를 별도 출연, 전문 교육요원의 개발도상국 파견도 지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도 지난달 「밀레니엄 버그」를 막기 위한 특별대책반을 구성해 가동했다. 캐나다 정부는 특별대책반이 정부전산망 재프로그래밍에 활동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관련예산도 우선 14억4천만달러를 편성했다고 밝혔다. 장 크레티앵 총리는 80여개 부처 및 정부 유관기관들에 공문을 보내 특별대책반의 활동에 적극 협력토록 지시하면서 최악의 경우 『재프로그래밍을 위해 업무를 중단할 각오까지 하라』고 강력한 각오를 피력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금융협회(IIF)가 『전세계 초대형 은행의 상당수는 컴퓨터시스템이 2000년을 인식못해 대혼란이 발생하는 「밀레니엄 버그」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고 최근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의 2백85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IIF는 『밀레니엄 버그 해결없이는 이자율 계산과 대금결제시스템 등 기본적인 운영기능이 마비되거나 하드디스크에 보관된 자료가 훼손돼 국제결제의 흐름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2000년까지 1년9개월 남았다는 믿음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경제가 아시아 금융위기에 이어 컴퓨터 2000년 표기문제로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를 것이라는 위기론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오는 2000년이 되기 앞서 미국의 전 컴퓨터를 검색, 수리하는데 드는 경제적 비용이 아시아 경제위기에 따른 미국 경제손실과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 경제전문잡지인 비즈니스 위크지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사의 DRI연구소와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를 통해 컴퓨터 2000년 인식문제 해결에 드는 비용으로 미국 성장률이 99년 0.3%포인트, 2000년과 2001년에는 0.5%포인트씩 각각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학자들은 아시아 경제위기로 올 미국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컴퓨터기술자와 프로그래머들이 Y2k문제를 해결하는데 매달리는 바람에 인건비가 상승, 인플레이션과 생산성 저하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미국 소프트웨어생산성연구소에 따르면지난 2년간 미국의 컴퓨터기술자 20만명이 Y2k문제 해결에 동원됐으며 앞으로 70만명이 동원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미국 정보기술협회는 이미 35만명의 기술자가 모자란다고 주장했다.

또 세계 처음 「밀레니엄 버그」를 경고한 도이체 모르간 그렌펠사의 에드워드 야르데니 박사는 『2000년 1월부터 최소한 12개월간은 지난 73∼74년의 경기침체와 같은 격심한 불황이 전세계에 엄습할 가능성이 40%이상』이라고 전망해 해법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미국, 영국 그리고 G7국가와 러시아가 포함된 「G-8」가 밀레니엄 버그문제를 논의할 정상회담을 5월중 개최키로 하는 등 범세계차원의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 모임을 주도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Y2k문제를 해결하는 데 수천억달러에서 많게는 조단위의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각국의 정상들이 모여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Y2k문제는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전체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각국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