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난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 5개 업체, "회생의 빛" 보인다

 GTV·다솜방송 등 경영난으로 쓰러진 5개 프로그램 공급사(PP)가 그 간의 오랜 침묵을 깨고 「회생의 날개」를 힘차게 펼치고 있다. 작년 초 모기업인 진로그룹의 부도로 29개 PP 가운데 가장 먼저 부도를 낸 GTV를 비롯해 다솜방송·기독교TV·동아TV·CTN 등 5개 PP는 IMF관리 체제하에서 가혹할 정도로 기업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최근 경영 실적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 PP는 새로운 주인을 맞아 기대감에 차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고무적인 사실은 작년부터 계속 줄기만 하던 케이블TV 가입자가 지난 3월 실시한 「케이블TV 왕할인행사」 덕분에 90만명을 돌파, 「100만 가입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업계의 오랜 숙원이던 「종합유선방송법」의 개정으로 복수 PP(MPP) 등이 가능해져 PP들간 인수 및 합병(M&A)이 훨씬 수월해졌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제3자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부도 PP들은 새로운 주주를 영입하는데 다소 희망을 걸 수 있게 됐다.

 5개 PP 가운데 먼저 회생의 길로 접어든 채널은 여성전문 채널인 동아TV를 꼽을 수 있다. 작년 7월 부도를 내고 결국은 PP 가운데 처음으로 정규 방송까지 중단했던 동아TV는 회생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 3월 전자상거래 전문업체인 인터파크가 전격 인수키로 하고 가계약을 체결, 오는 27일 방송을 재개할 예정이다.

 당초 법인인수 형식으로 작업을 추진해 온 인터파크는 채권단에서 계약 조건에 대해 반대하자 8억5000만원에 라이선스를 인수하는 형식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으며 현재 방송재개를 위해 인력충원 및 연구소 설치공사를 서두르고 있다. 인터파크는 오는 27일 방송을 재개, 한달간 시험방송을 한 후 다음 달 말부터 1일 20시간 방송을 실시할 계획이다.

 동아TV에 이어 의료·건강 전문 채널로 장르를 바꾼 다솜방송도 새로운 임자가 나타났다. 통신판매 전문업체인 TV홈마트가 바로 당사자. 다솜방송은 작년 3월 부도난 뒤 같은 해 5월 법원에 화의신청을 해놓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화의 개시 결정이 날 경우 TV홈마트가 50억원에 경영권을 인수한 뒤 경영 정상화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부편성 개념으로 홈쇼핑 프로그램 방송도 검토하고 있다.

 작년 7월 100억원의 빚을 감당하지 못해 부도를 낸 뒤 파행 경영을 해왔던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인 CTN에도 희소식이 날아오고 있다. 부도 뒤 진행했던 미국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인 디스커버리사와의 투자협상은 현재 「물건너 간」 상태이나, 국민은행 등 10여개 채권단에서 충분히 회생할 수 있다고 판단, 제3자 매각 대신 「임의 합의」 형식으로 현재의 경영권을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CTN은 이에 따라 늦어도 다음달 말까지 채권단으로부터 「임의합의」를 이끌어 낸 뒤 경영정상화를 적극 도모할 방침이다.

 PP 가운데 처음으로 부도를 낸 뒤 지난해 7월22일 법원으로부터 화의 개시 결정을 받아낸 GTV 역시 현재 제3자 매각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GTV는 이에 따라 안고 있는 부채 127억원을 3년 거치 5년 상환이라는 유리한 조건으로 갚을 수 있게 됐는데 현재 MPP를 추진하고 있는 동양그룹·39쇼핑 이외에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도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용승계 문제가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동아TV의 경우 지난해 10월 말 정규 방송을 중단, 현재 5명의 인력만이 남아 있는 상태여서 고용승계 문제가 별로 없으나 GTV는 현재 6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어 인수자측에서 고용승계를 꺼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작년 4월 부도난 뒤 한 때 부도 PP 가운데 가장 빨리 경영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됐던 기독교TV는 그간 두번이나 연기됐던 임시 주주총회를 오는 25일께 열기로 최종 확정했다.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선 정관을 고쳐 모든 교단이 참여하도록 문호를 대폭 개방하는 한편 작년 11월 해임했던 이사 6명도 재선임하기로 이미 합의해 놓은 상태다. 또한 현 자본금(165억원)을 70% 감자해 50억원으로 줄이고 신규 주주를 모집하는 형식으로 증자를 단행할 방침이다. 특히 기독교TV는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총회 소속 도림교회 등 3개 교회가 작년 하반기부터 인수에 계속 관심을 보이고 있어 임시주주총회 뒤 새로운 임자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위년기자 wn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