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혁명의 마지막 종착역이 될 「가정 정보화」를 실현시키기 위한 건설업체와 정보통신업체, 가전업체 등 관련업체의 「사이버 아파트 만들기」가 한창이다.
그동안 정보화 혁명이 산업체와 사무실을 대상으로 진행돼 왔다면 앞으로의 정보화 혁명은 그 무대를 가정으로 옮기게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가정 정보화를 위해서는 우선 통신 인프라와 디지털 전자제품 등 기본적인 여건이 조성돼야 하기 때문에 가정 정보화의 모든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이버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이버 아파트는 가정 정보화의 시험무대로 미래의 주거환경을 앞당겨 보여주게 될 것이다.
사이버 아파트 구축에 가장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는 사업자들은 단연 건설업체. 건설업체들은 기존 아파트와의 차별화를 위해 초고속 통신망과 정보화 단말기, 디지털 가전제품 등을 갖춘 첨단 사이버 아파트 건설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기에 편승해 가정자동화(HA), 정보통신, 보안 업체들이 사이버 아파트 구현을 위한 첨단 기능의 제품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차가운 콘크리트 건물들이 인터넷과 만나 정보, 엔터테인먼트, 보안, 사이버 쇼핑 등을 구가할 수 있는 정보화의 중심으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사이버 아파트는 초기만해도 가정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이해됐으나 최근들어서는 음성인식기술, 주문형비디오(VOD) 시스템, 통합메시징(CTI) 시스템 등 우수하면서도 차별화된 다양한 솔루션이 등장, 인텔리전트 아파트의 개념을 한 차원 더 높여 가고 있다.
또 여기에서 한단계 발전해 아파트 입주자들을 근거리통신망(LAN)으로 묶어 커뮤니티 기능을 지원·운영토록 하는 등 고객 위주의 새로운 사이버 아파트 비즈니스 모델들이 출현하고 있다.
사이버 아파트는 그동안 차가운 콘크리트 벽으로 나눠져 개별화 됐던 인간관계를 LAN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하나의 공동체로 복원시켜 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상전화기로 반상회를 열고 취미활동을 위한 동호회가 만들어지는 등 아파트를 문화공동체로 거듭나게 해 줄 것이다.
과거의 공동체가 지역과 혈연을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면 새로운 사이버 시대의 공동체는 지역과 혈연을 초월해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 거대한 사이버 공동체가 될 전망이다.
아이시트로 김영복 사장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주택 약 800만 가구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약 400만 가구가 아파트에 밀집돼 있으며 특히 경제활동 인구의 약 70%가 아파트에 모여 있다』고 말했다.
전체 소비자 집단 가운데 반수가 특정 지역의 한 곳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으면서 전국에 걸쳐 동일한 아파트 브랜드 속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인구밀집도가 높고 대단위 고층 아파트단지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아파트단지를 온라인으로 묶고 이를 전국 아파트로 확대했을 때 거대한 사이버 경제공동체가 만들어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버 아파트의 네트워크에는 음식, 병원, 약국, 관공서, 은행, 증권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연결돼 있다. 이같은 사이버 아파트 네트워크는 음식을 사거나 은행에 가야하는 시간과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게 되며 단지별 지역 생활정보, 주변 상가정보 등을 손쉽게 검색해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주거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사이버 아파트의 시장 잠재력은 건설, 인터넷서비스, 네트워크, 콘텐츠, 홈오토메이션, 보안 등 다양한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업체에 황금시장으로 비쳐지고 있다.
사이버 아파트 관련 업체는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처녀지와 같은 사이버 아파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 등 이합집산을 통해 세 불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건설업체는 정보통신업체와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과 함께 전자상거래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금융, 홈쇼핑, 예약, 지역정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별화된 콘텐츠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한국통신, 두루넷, 드림라인, 하나로통신 등 초고속인터넷서비스업체도 가입자를 대량 확보할 수 있는 사이버 아파트 프로젝트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가전업체도 사이버 아파트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이버 아파트에 대형 벽걸이 TV 등 정보가전 제품을 납품하려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결이 가열되고 있다. 이들 업계는 사이버 아파트에 들어가는 첨단 전자제품 수요를 감안했을 때 연간 2조원의 신규 및 대체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LG건설과 현대건설에 벽결이 TV 5000대를 공급키로 계약을 맺는 등 단품 위주보다 패키지 형태로 아파트에 필요한 전자제품을 공급하는 쪽으로 마케팅전략을 세운 상태다.
그러나 사이버 아파트 시장을 노리는 관련업체의 과열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준비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사이버 아파트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면 뼈아픈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시행착오는 이제 막 붐이 조성되는 사이버아파트 시장에 찬물을 끼얹어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또 사이버 아파트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LAN이 구축된 아파트가 크래커 등에 의해서 기업체나 공공기관처럼 사생활을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도 잊고 지나치기 쉽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는 연내 정보통신망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 내년부터 업체가 사이버 아파트 입주자의 신상정보를 외부에 유출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또 외부침입을 막기 위해 방화벽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나 사이버 아파트 업체들은 완벽한 해킹방지용 방화벽 설치를 강제로 규정할 경우 엄청난 비용이 추가되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
미래 주거환경의 이상형으로 여겨지고 있는 사이버 아파트가 진정한 정보화의 중심으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