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제5차 정보화전략회의를 갖고 해킹, 바이러스 유포, 개인정보 불법 유통, 음란·폭력물 유통 등 정보화의 역기능을 해소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대책을 수립, 시행키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인터넷을 이용한 음란·폭력물 유통은 사이버 공간은 물론 곧바로 사회질서와 안정을 해칠 수 있는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또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에 대한 경제활동의 의존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킹이나 바이러스 유포가 만연하게 되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국가경쟁력도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도 이같은 점을 깨닫고 지난해 8월 클린턴 대통령이 「인터넷 위법행위 특별위원회」를 설치, 다양한 정책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으며 일본은 내각 총리대신을 본부장으로 하는 「고도 정보통신사회 추진본부」를 두고 개인정보 보호를 비롯한 사이버 범죄 방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사이버 범죄는 수그러들기는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우리의 대책 마련은 시급한 상황이었다. 신종 범죄인 사이버 사기나 성폭력 등도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사이버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사법기관에만 의존했던 데서 탈피, 정보통신부는 물론 국방부·행정자치부 등 관련부처와 합동으로 사이버 테러 등에 공동 대응을 모색한 것은 그 실효성은 물론 단호한 정책의지를 보임으로써 사회문화적 파급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에 정부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보통신기반보호위원회를 신설키로 함으로써 사이버 범죄에 범부처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다양한 행정적·기술적 정책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큰 수확이다. 따라서 이 기구는 관계는 물론 민간의 전문가를 영입해 실효성 있는 조직으로 갖춰 나가야 하겠다.
또 우리는 지난 95년부터 형법을 개정해 해킹, 컴퓨터 부정사용, 컴퓨터 손괴 등 대표적인 사이버 범죄를 형법으로 다뤄왔으나 각종 새로운 범죄에 대응하기에는 힘이 다소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따라서 대통령 훈령으로 마련되는 국가정보통신기반 보호규정에서 그러한 점을 살펴 세부적인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형법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이뤄 사이버 범죄에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하겠다. 그렇지만 사이버 범죄의 단속이 지나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는 없도록 해야 하겠다. 사이버 범죄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모호하기 때문에 법이나 규정을 통해 사전에 명확하게 그 범위나 개념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인 정보유통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음란물의 유통은 규제가 불가피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하게 제재를 가할 경우 산업발전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지도 살펴야 할 일이다.
정부는 사이버 범죄에 대해서 단속이나 처벌 일변도의 사후조치도 중요하지만 가정이나 학교 등에서 교육을 통해 근본적으로 건전한 사이버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데도 힘써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노력을 지원하고 부모·교사·인터넷 이용자에 대한 적절한 교육을 실시하는 데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