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이동통신(IMT2000)의 몸통이 될 통신장비 제조업체들을 주요 주주(지분율 5% 이상)로 끌어들이기 위한 한국통신, SK, LG 등 사업자 후보들의 러브콜이 뜨겁다. 특히 삼성전자, LG정보통신, 현대전자 등 시스템 공급능력과 자금동원력을 보유한 통신장비 3사에 대한 사업자들의 구애가 한층 가열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가족형 결속이 예상되는 LG정보통신을 제외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특정 컨소시엄에 참여할 경우 다른 사업자들이 배타적으로 시스템 및 단말기 공급을 제한할 것이라고 판단, 조심스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 이들은 「기술표준」을 컨소시엄 선택의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어 IMT2000사업의 향배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일단 『컨소시엄 참여와 장비개발 협력 및 제휴는 별개』라는 정보통신부의 해석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줄기차게 동기식 표준을 주장함에 따라 비동기 선호 일색인 사업자 후보들로부터 따돌림당하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대응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로서는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는 게 기본방침이지만 상황에 따라 특정 사업자와 끈을 연결하더라도 장비를 전체시장에 공급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각 사업자 후보들은 삼성전자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비동기 기술표준을 고수하고 있어 삼성전자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특정 사업자의 동기식 선택을 유도한 후 해당 사업자의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최근 한국통신과 삼성전자가 장비공급에 관한 협의건을 매개체로 해 활발하게 접촉하는 것도 「한국통신의 동기식 채택, 삼성전자의 컨소시엄 참여」라는 시나리오의 한 단면으로 해석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분열현상을 빚고 있는 한국IMT2000컨소시엄이 비동기식에서 동기식으로 돌아선 후 삼성전자와 결속하는 시나리오를 제기하기도 한다. 한국IMT2000컨소시엄의 하나로통신, 온세통신 등과 삼성전자가 손잡고 비동기로 달려가는 한국통신, SK, LG에 딴죽을 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삼성전자는 한국IMT2000측에 「비동기식의 비효율성」을 충고함으로써 양측간 제휴 가능성에 대한 후문을 낳았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한국IMT2000컨소시엄과의 제휴를 배제하지 않고는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어떤 컨소시엄에도 참여하지 않고 장비공급의 여력을 넓힌다』는 기본방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현대전자=기본방침은 「동기식 기술표준을 옹호하되 컨소시엄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기술표준과 컨소시엄 참여 여부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상황을 지켜보며 적합한 대응책을 마련해 나간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통신과 지분참여를 놓고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업계에서 1동(한국통신), 2비(SK·LG) 시나리오가 제기됨에 따라 현대전자의 한국통신 컨소시엄 참여 가능성으로 연결된 것이다.
그러나 현대전자 고위 관계자는 『3비의 상황에도 대응하기 위해 에릭슨, 노키아 등과의 제휴를 타진하고 있다』고 말해 아직 섣불리 선택할 단계가 아님을 피력했다. 그는 『사업자들이 3비를 고수하게 되면 비동기식 기술개발능력이 열악한 실정에 비춰 해외 유명업체와의 제휴는 필연적인 수순』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전자는 상대적으로 삼성전자, LG정보통신에 비해 동기, 비동기 기술개발 진척도가 뒤처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사업자 후보 및 삼성전자의 동향을 마지막까지 주시하며 최종적인 선택을 결정할 것으로 풀이된다.
◇LG정보통신=상대적으로 느긋하다. 그룹 의사결정에 따라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비동기 시스템과 단말기를 개발해 공급하면 된다. 더구나 9월 1일 LG전자로 합병되기 때문에 달리 신경쓸 게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LG정보통신 내부에서는 시장축소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가족형 컨소시엄에 참여함으로써 한국통신, SK로의 장비공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수출시장을 개척해 내수시장에서의 어려움을 타개한다는 복안이지만 이것 역시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이미 비동기분야 세계 장비시장은 노키아, 에릭슨, 모토로라 등이 버티고 있다.
에릭슨과 포괄적인 제휴를 맺고 약진을 기대하고 있지만 그 관계가 튼튼하지 못한 점도 걱정이다. 실제 에릭슨은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에도 문호를 개방, 최근 접촉빈도를 높이고 있다.
일단 LG정보통신은 LG전자로의 합병에 따른 연구인력 유출을 막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다른 장비업체들과 달리 이미 갈 길이 정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연구개발에 몰두할 힘을 비축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통신을 중심으로 동기식 기술표준 채택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2동 1비 시나리오의 실현여부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