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최초의 도서관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인 학급문고였다. 책이라야 고작 200권도 되지 못하는 책장 수준의 도서관이었지만 나는 그곳에서 「플란더즈의 개」와 「알프스소녀 하이디」 「유관순 누나」 등을 빌려 읽고 감동했다. 그 이후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입시에 시달리다 대학에서 시험공부나 리포트 제출을 위해 도서관을 이용했다.
30여년이 지난 요즈음은 집 가까이 있는 공공도서관을 이용한다. 우리 아파트촌에 있는 공공도서관은 공공도서관으로서는 꽤 괜찮은 편이어서 많은 장서와 디지털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 그곳은 단순한 정보축적 공간의 도서관 개념에서 컴퓨터, 멀티미디어 등이 도입된 디지털 자료에 대한 접근 개념의 도서관으로, 그리고 시설로서의 도서관에서 지적체계로서의 디지털 도서관으로 기능이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보환경의 변화에 따라 정보를 보다 쉽고 빠르게 얻고자 하는 이용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많은 도서관은 디지털도서관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디지털도서관이란 전통적인 도서관의 기능을 근간으로 하여 컴퓨터와 통신망을 기반으로 디지털 형태의 멀티미디어 자료를 수집, 가공, 유통시킴으로써 이용자가 시공간의 제약없이 양질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서비스 체계를 말한다.
한 나라의 지적자산인 자료의 축적과 유통을 책임지는 도서관의 디지털화는 국가 정보력 향상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지난 3월 김대중 대통령 지시에 따라 문화관광부를 비롯해 교육부, 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도서관정보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도서관정보화추진종합계획」을 마련했다. 그리고 최근, 기획예산처는 이 계획의 차질없는 수행을 위하여 내년도 557억원을 포함해 오는 2002년까지 모두 1368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도서관을 강력히 추진한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져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사실 도서관이란 비영리기관이라 지식기반사회의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하면서도 막대한 비용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디지털도서관을 구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일반 국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가정과 직장에서 쉽고 편리하게 필요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도서관정보화추진종합계획」에는 종합목록 DB작업, 추진 기관간 역할 분담 재정립,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의 디지털화 내용이 포함되었다.
도서종합목록 DB구축작업은 공공도서관의 경우 국립중앙도서관이, 대학도서관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연구기관 등 전문도서관은 연구개발정보센터가 사업을 맡아 추진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국가디지털도서관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정부는 추진기관간 역할분담을 재정립해 원문DB 구축 주체를 그동안의 소장기관 중심에서 생성 기관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석박사 학위논문의 경우 그동안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DB를 구축했으나 앞으로는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DB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아울러 그간 단순열람 공간으로만 인식돼 온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이 디지털화되어 농어촌을 포함한 전국의 청소년들이 도서관을 통해 지식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국 381개 공공도서관과 215개 학교도서관에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연결하고 도서관 규모에 따라 최신 컴퓨터 5∼50대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렇게 디지털 도서관이 성공적으로 구축되면 모든 국민이 때와 장소의 제약없이 도서관에 접근하여 필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고, 정보획득시간 단축으로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력이 증진되며 지역간, 계층간 정보격차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다. 무엇보다 주요 디지털도서관의 연동체제가 마련되어 지식을 공유할 수 있으므로 21세기 국가지식의 관리, 유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그동안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묵묵히 현장을 지키며 분투해 온 도서관인들의 노력을 기억하며, 앞으로도 단편적인 디지털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 재가공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양질의 지식정보로 보존 서비스하는 「정보의 지식화」 작업 등 관련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