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컬럼]한국통신의 환골탈태를...

박재성 논설위원 jspark@etnews.co.kr

『감사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소신있게 하려고 해도 자칫 조그만 탈이라도 잡힐까봐 걱정이 앞섭니다. 공기업이니 감사를 전혀 안받을 수 없다 하더라도 간소화해 자율권을 넓혔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국정감사가 있기 한참 전인 지난 봄 한국통신의 한 임원은 이같은 고충을 털어놨다. 한국통신도 이젠 일부 유선 전화사업을 제외한 초고속통신 등 대부분 사업을 타 사업자와 경쟁해야 할 위치에 놓였다. 따라서 예전 독점 때처럼 소극적으로 경영을 할 수도 없다. 그런데 적극적인 경영은 뜻하지 않게 불미스러운 결과라도 생기면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그 말은 설득력있게 들렸다.

『특히 한국통신은 민영화를 앞두고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가도 현재(당시) 8만원이지만 내년 초까지는 50만원은 될 겁니다.』

한국통신의 노력과 비전에 대한 이같은 설명에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마음도 어느새 수긍으로 살짝 돌아서는 듯 했다.

그러나 그 후에 한국통신이 보여준 모습은 그 임원이 하던 말과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한국통신이 실시하고 있는 초고속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타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높아져 갔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공기업으로서 가져야 할 높은 도덕성은 보이지 않았다. 또 초고속 인터넷을 둘러싸고 사업자와 벌이는 경쟁에서도 기간사업자로서의 국가 장래에 대한 책임감이나 의무감은 별로 돋보이지 않는 듯 했다.

특히 자회사의 경영을 돕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거금을 들여 민간 통신 사업자를 서슴없이 인수해 덩치를 키움으로써 대대적인 감원을 통한 구조조정의 효과를 반감시켰다.

더욱이 이번 국감에서는 한국통신이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실망을 많이 산 것 같다. 어떤 부서는 거의 매일같이 술 값으로 100만원 가량을 지출한 것이 국민 정서를 자극했다. 그것은 타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마케팅을 위해 필요했다고 하더라도 좀 지나쳤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경영실적이 좋았으면 어느 정도 만회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통신은 외국 유명 통신회사와 비교해 볼 때 1인당 생산액이 터무니 없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우리나라의 통신회사로서 경영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지 않았으면 그럴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IMF)를 거치면서 적지 않은 인력까지 해고한 결과가 그것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 보면 아찔하기조차 하다.

한국통신은 이제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감원을 했다고 한다. 따라서 한국통신의 문제는 단순히 인력의 과다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회사에 남아 있는 사람들 중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한국통신의 직원들은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종사자들이 그렇듯 묵묵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대다수 일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에서 흥청망청 돈을 쓰고 또 사업이 경쟁력이 없다는 것은 결국 아직까지도 무능하고 안일한 일부 부서와 경영진에 문제가 있다고 밖에 달리 보기 어렵다.

자산 총액이 27조원(지난해)에 달하는 공기업인 한국통신이 제몫을 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특히 정보사회에서 기간 사업자로서 그 중요한 위치를 감안할 때 한국통신의 방만한 경영은 방치돼서는 곤란한 일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인 IMT2000사업권까지 신청한 한국통신이 과연 그것을 신청할 자격이 있는지, 또 그것을 경쟁력있게 수행할 수 있는지를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

이제 한국통신은 문제가 있는 경영진을 퇴출시키든지 아니면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무사와 안일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든지 선택의 문제를 남겨둔 것 같다.

그같은 일이 단행될 때 한국통신은 성실하게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멀지 않은 민영화의 길목에 서 있는 한국통신이 환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단행할 때 건강한 모습으로 긴 여정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환골탈태하는 한국통신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것은 거의 모든 국민들의 바람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