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신시장은 외산 반도체업체들의 안마당일 수밖에 없는가.’지난달 30일 미국 통신용 반도체업체 커넥선트시스템스가 마련한 기자간담회는 이같은 자괴감을 되새기게 하는 자리였다.
이날 이 회사는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개발해온 유럽형이동전화(GSM)방식의 2.5세대인 GPRS용 핵심 반도체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기존 2세대와 2.5세대 GSM서비스를 동시에 지원하면서도 프로세서에서 증폭기, 트랜시버 등 핵심 부품과 구동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갖춘 그야말로 「골리앗」이었다.
회사측 관계자는 이미 유수 업체들이 이 제품을 사용해 시제품 단말기를 제작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IMT2000 등 향후 3세대 시장을 위한 매머드급도 제품도 곧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이 회사 관계자의 말이 일방적인 핑크빛 청사진으로 들리지 않았다. 그동안 유럽이동통신시장에서 나름대로 구력을 쌓은 만큼 국내 시장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였다. 비단 이 회사뿐만이 아니다.
인텔·텍사스인스트루먼트·루슨트·모토로라 등 최근 차세대 이동통신용 핵심 칩 개발일정을 발표한 외국 반도체업체들은 모두 한국시장을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우선 공략대상으로 꼽았다.
동기식·비동기식으로 나눠진 한국의 3세대 이동통신시장을 겨냥해 양쪽을 모두 지원할 수 있는 첨단 제품을 내놓겠다는 업체도 있었다.
빠르게 진화하는 한국의 통신시장에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모두 제2의 퀄컴이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 업체들의 대응력이다. 아직도 우리 업체들은 이동전화단말기에 들어가는 모뎀칩이나 디지털영상처리기(DSP) 등 핵심 부품들을 거의 수입해 의존하고 있다. 아주 기본적인 부품인 트랜시버마저 외산을 쓰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반도체업체들이 온갖 핵심 부품을 통합한 골리앗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해온다면 이들에게 고스란히 우리 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퀄컴에 당했던 일이 또다시 되풀이될 것이다.
차세대 꿈의 통신이라는 핑크빛 환상을 심어주기보다는 제2의 퀄컴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산업전자부·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