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고객가치 향상

 ◆이성국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경영연구소장 leesg@etri.re.kr

 

 지난 9월 뉴욕에서 일어난 전대미문의 테러사건은 부진을 털고 일어서려는 국내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 한파를 몰고 왔다. 사실 테러여파가 아니더라도 국내경제는 미국 IT산업 경기침체에 따라 수출이 둔화되고 여기에 투자위축까지 벌어졌다. 더구나 그간 산업 성장을 주도했던 반도체, 정보통신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전통제조업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는 역전적 양극화 현상 조짐마저 보이면서 구조적인 문제점이 확산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흔히 이같은 IT분야의 갑작스러운 침체의 원인으로 수요감소와 공급과잉에 따른 투자위축을 들고 있다. 그러나 국내 IT기업들이 그간 급속한 성장이라는 과실에 매료되어 고객가치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는 진정한 고객관계관리의 출발이 바로 고객가치에 대한 인식이며 이의 향상을 통해 실질적인 기업성장이 이뤄진다는 믿음에 기인하는 것이다.

 어떠한 재화나 서비스라도 대가를 지불하는 고객이 가치를 부여할 만한 여지가 없다면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 확산으로 고객들의 정보 파악 속도나 범위가 확대되면서 강화된 고객의 힘에 맞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최근 대대적인 도입이 진행되고 있는 고객관계관리(CRM)도 결국 이러한 기업전략의 일환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전략 실행에 있어 시스템 구축이든 신경영방식 도입이든 상관없이 선행돼야 할 것이 바로 고객가치의 향상이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가치사슬이 ‘고객→고객-기업간 채널→경영활동’으로 변화되는 상황에서 고객에게 돌아가는 가치가 향상되어야만 기업과 고객의 양방향적 동반자 관계가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인 3M이 전세계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장 중요한 마케팅 역량의 요소’에 대한 질문에 대해 브랜드전략이나 유통망전략보다 중요하게 평가된 것이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객가치의 향상을 생각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우리는 단순한 고객만족도 조사와 그 결과값의 향상에 집중했지만 무엇이 고객을 만족시키고 기업이 어떤 유인을 제공해야 그 값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했다. 이같이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 미비해 대다수의 기업들은 높은 고객만족도에도 고객이탈이 발생하거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경험했다.

 80년대 후반 AT&T는 매월 실시되는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90% 이상의 높은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의 변화가 미미하고 수익성이 부진한 원인을 찾던 중 경쟁사업자에 비해 우수한 품질과 저렴한 가격이 고려된 종합적인 만족도가 개선돼야 시장점유확대(고객확보)와 수익성 향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상대적 고객가치를 측정하는 개념인 CVA(Customer Value Added) 탄생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개념의 핵심은 고객의 만족도 향상은 자사 서비스의 품질이나 가격에 대한 절대적인 만족도보다는 경쟁사업자와 비교한 상대적인 만족도의 우위를 확보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이다. CVA의 도입으로 고객 니즈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게 된 AT&T는 90년대에 접어들면서 고객가치 향상을 통한 진정한 고객확보를 실현, 다른 사업자에 대한 경쟁우위를 지속시킬 수 있게 됐다.

 경쟁이 점차 격화되고 고객들의 요구사항은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되는 IT분야에서 고객 니즈를 이해하고 고객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은 산업의 침체를 극복하고 궁극적인 고객가치의 향상과 사업성과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영의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가치는 투자가치, 고객가치, 내부가치 등 다양한 요소로 이뤄져 있다. 그 가운데 가치창조와 파급의 핵심은, 고객이 인지하는 색다른 매력과 경쟁력있는 품질, 구매할 만한 제품 또는 서비스의 구색을 갖추고 고객이 기분좋게 돈 낼 수 있게 하는 것, 바로 고객가치다. 고객가치 향상을 통해 형성된 고객관계는 구매의 지속성(재구매), 파생적인 구매 확대, 유인적인 구매 창출(구매 권유)로 이어져 기업으로 하여금 실질적인 수익성의 향상과 내실있는 성장이라는 짜릿한 경험을 맛보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