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디지털헬스 법제화, 이제 시작이다

지난 3월 세계 최대 의료 IT 전시회 'HIMSS 2026'에서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공략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이 부스를 꾸린 전시장 내부 전경.  (사진=배옥진)
지난 3월 세계 최대 의료 IT 전시회 'HIMSS 2026'에서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공략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이 부스를 꾸린 전시장 내부 전경. (사진=배옥진)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IT 환경을 갖추고도 이를 정작 활용할 수 없었던 규제 환경 개선에 이제야 힘이 붙을 전망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부가 각각 추진해 온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법안의 일원화를 위해 나섰다고 한다.

의료 정보를 다루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만큼 규제가 강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법적 근거 없이 서비스나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법안 마련이 되지 않는다면 연구·개발(R&D)과 혁신 서비스 발굴의 성과는 실험실 밖을 벗어날 수 없다.

법안 마련이 시급하지만 두 부처 각각 법제화를 추진하다 보니 힘이 실리지 않았다. 복지부는 의료·건강 정보를 어떻게 보호하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초점을 맞췄고, 산업부는 산업화와 산업 육성에 중점을 뒀다.

두 법안 모두 필요성이 인정되나 산업 육성과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제각각 따로 다룰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데이터 활용과 산업 지원 체계가 별도로 마련되면 중복 지원이나 중복 규제는 물론이거니와 불분명한 규제에 대한 공백이 생긴다. 이대로 추진된다면 향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구 책임이냐를 두고도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

두 법안이 의원 발의를 통해 이뤄졌지만 복지부와 산업부가 법안 마련에 공을 들여온 것이 사실이다. 두 부처 모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그만큼 산업의 성장성과 규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도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힘이 양쪽으로 분산되다 보니 4년여 동안 실제 추진은 지지부진했다.

국가AI전략위원회가 두 법안의 중복 문제점을 파악하면서 두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단일 법제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위원회가 조문 정리 등을 제언한다고 해도 두 부처의 입장 차가 분명하다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위원회 법률 TF의 방침도 말 그대로 '권고'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권고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여러 나라가 앞다퉈 AI를 도입해 국민 맞춤형 건강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하는 마당에 밥그릇 싸움에 머무르면 두 부처 모두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제는 현장에 필요한 법제화를 두고 두 부처가 서로 도와야 할 때다. 법제 일원화 권고를 받아들이고 서둘러 법안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 이른 것은 아니지만 더 늦진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