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가 새로 취임하면 감원을 하거나 사업부서를 폐쇄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흔하다.
밥 칼더로니가 지난해 10월 아리바 CEO에 취임했을 때 첫번째로 한일 중 하나는 유행어를 추방하는 것이었다. 아리바를 더이상 1조달러 규모의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할 기업간(B2B) 소프트웨어의 선두주자로 보지 말아달라는 주문이었다. 그는 대신 직원과 고객에게 아리바 소프트웨어 제품의 최우선 목적이 기업의 비용절감을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지출관리’ 사업을 하는 회사로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IBM 회계 책임자 출신인 칼더로니는 분석 및 정보 공유는 물론 인보이싱, 계약 등을 다루는 아리바의 제품 프로그램을 마무리지었다. 아리바는 이 같은 격랑 속에서 지난 9월로 마감된 회계연도 매출이 2억2900만달러로 전년의 4억200만달러에 비해 격감했지만 이제는 점차 안정징후를 보이고 있다.
칼더로니는 아리바의 지나쳤던 과거 마케팅 전략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는 최근 분석가들에게 “올해가 시작되면서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고 경기침체는 그 중 한가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아리바는 기술주 붐이 쇠퇴하던 몇개월 동안 B2B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주장을 널리 알렸다. 투자자들이 초기에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아리바는 잠깐동안 성공을 거뒀다. 2000년 소프트웨어 판매가 99년대비 9배나 급증한 가운데 주가가 28배나 급등해 2000년 9월 168달러 75센트의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시가총액이 제너럴모터스와 맞먹을 정도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역시 허풍이 문제였다. 아리바는 곧 ‘공허한 약속의 대명사’가 돼 버렸다. 매출이 격감하면서 사업은 축소되고 회사 인력의 절반은 해고됐다. 한번도 흑자를 올리지 못한 아리바는 누적적자가 무려 35억달러에 달했었다. 반면 아리바 임직원들은 12억달러어치의 주식을 내다팔아 현금을 챙겼다.
칼더로니는 자신이 아리바의 CEO 자리를 원하는지를 결정하는 데 45일이나 보냈다. 그 때까지 CEO는 아리바의 7인 창업자 중 한사람으로 교묘한 마케팅과 무자비한 밀어붙이기로 유명했던 케이스 크라흐였다.
당시 41세였던 칼더로니는 그 때까지 주로 기업금융 일을 했다. 그는 IBM과 애플컴퓨터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 도전을 즐기는 법을 배웠다. 그는 CEO가 되고 싶었다. 칼더로니는 하지만 아리바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는 그 뒤 6주 동안 아리바의 고객들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엑슨모빌, 네슬레, 델컴퓨터, 휴렛패커드(HP) 등 주로 우량업체였던 이들 고객은 아리바의 강력한 자산이었는데 칼더로니에 기업의 비용절감을 도와줄 경우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분석가들은 아리바의 새 초점 전략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RBC캐피털마켓의 카메론 스틸은 “아리바의 전략이 특별히 흥분되거나 매력적인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두고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임에는 틀림없다”고 진단했다.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인 칼더로니는 뉴욕시 교외에서 자랐으며 아버지는 인쇄공장에서 일했다. 그는 한 지역병원 주방에서 함께 일하던중 아내인 패티를 만났다. 칼더로니가 포드햄대학에서 금융학 학위를 받은 반면 패티는 간호사로 일했었다.
아리바 이사회의 일원으로 인터넷액세스테크놀로지스의 회장 겸 CEO인 로버트 놀링은 칼더로니 CEO를 “능력 이상의 일을 성취하려는 야심가”로 표현했다.
칼더로니 CEO도 아리바에서 보상받으려 하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칼더로니는 지난해 9월로 마감된 회계연도에 250만달러의 봉급과 상여금을 받은 것은 물론 고용 계약에 따라 4년간 매년 100만달러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는 2000년 10월 회사에 합류한 이후 받은 950만주의 스톡옵션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다. 스톡옵션 대부분은 현재 마이너스 상태지만 지난해 초 주가가 7달러에 달했을 때는 모두 2000만달러에 이르렀다. 지난해 1월 14일 7달러 56센트의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던 아리바는 그 뒤 60%나 폭락해 현재 3달러 밑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면 현재 아리바 회장으로 있는 크라흐 전 CEO는 지난 1년간 500만달러어치의 주식을 매각해 아리바가 상장된 뒤 지금까지 그가 매각한 주식은 모두 1억9400만달러에 달했다.
칼더로니는 “주주들과 함께 돈을 벌 것”이라면서 “투자자들 덕분에 큰 돈을 번 사람으로 역사에 남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