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소프트웨어(SW) 단속을 하는 때가 되면 ‘체감’되는 SW들이 있다. 이런 SW들은 기업이나 개인이 작업을 수행하는데 필수적이어서 그만큼 시장점유율이 높다. 그런데 이런 체감 SW 리스트에서 국산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낮다. 하지만 우리나라 SW의 현황을 단순히 그런 체감비율만을 가지고 논하기는 어렵다. 일반 사용자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 많은 영역에서 다양하게 SW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내부는 IT를 핵심으로 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어 프로세스의 혁신과 효율성을 꾀하는 노력이 극대화되고 있고 비즈니스와 사용자의 접점이 되는 곳은 유선과 무선 환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변화되고 있다. 그 결과 보안SW 같은 시스템 레벨의 SW들은 물론 비즈니스 업무를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과 KMS, ERP, CRM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이렇게 국산SW가 차지하는 분야가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지긴 했지만 워드프로세서나 백신프로그램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대중시장이 아닌 기업이나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비즈니스 로직 부분을 제외한 핵심 서버SW는 외산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OS나 패키지 시장이 특정회사에 의해 독점화된 지가 이미 오래인 것처럼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각종 서버SW도 유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때 시도됐던 한글OS, 한글DBMS 등이 모두 국내시장 진입에 실패한 결과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세계적인 현실이다. 이런 상황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SW시장의 어려움을 또다시 논하는 것은 시간낭비다. 시장의 다이내믹스가 빚어낸 결과로 인정하고 그에 따른 전략을 생각해 보는 것이 한층 유익할 것이다.
우선 대중시장 제품일수록 로컬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다국어 지원이 시스템 수준에서 지원되고 있지만 그렇지 않았던 과거에는 한글 지원이 보호장벽(?) 역할을 해 주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워드프로세서 시장이다. 보안SW 같은 경우도 보안이 국가적 사항인 이유로 국산이 유리하다. 기업용 애플리케이션도 우리나라 환경에 특화된 요구사항을 외국 애플리케이션들이 일일이 만족시키기 어렵고 지원의 문제도 따르기 때문에 국산 애플리케이션이 일정부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이같이 로컬리티 문제는 국산 SW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한 보호장벽 수준을 넘어서 로컬리티가 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그 장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선진국에 비해 시장 크기와 자본력에서 뒤떨어지는 우리나라 업체들 입장에서는 우선 국내시장의 상황을 십분활용해 먼저 글로벌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 수순이라는 것이다.
CDMA 기반의 무선통신 방식과 전세계에서 유례없는 고속인터넷 인프라가 우리나라 IT산업에 가져다 준 파급효과를 생각해 보면 지역적인 환경이 제공하는 큰 기회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예를 들면 무선인터넷 관련 SW나 디지털콘텐츠, 게임, 포털 등이 그것이다. 특히 무선통신 분야에서는 3개 업체들이 주도해왔기 때문에 그 속으로 콘텐츠와 SW가 뚫고 들어가기 어려운 폐쇄성이 역으로 국내 협력업체들에게 입지를 제공해 주었다. 여기에 유례를 찾기 힘든 무선통신 사용자 기반이 국내 기업들의 시장을 독차지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가 된 것이다.
자체 시장이 충분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이나 솔루션 분야는 시장확대가 거의 유일한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으로 나가는 것이 힘들다면 먼저 동남아시장을 겨냥하자. 국내의 산업기반이 동남아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컨설팅을 이들 국가에 팔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최근 SI분야에서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해외시장에서 앞서 나가는 하드웨어 제품을 십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 인정되는 국산 무선통신기기나 DVR와 셋탑 박스와 같은 어플라이언스를 지원하는 SW 같은 경우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SW에 관한 전략을 마련할 때는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경제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고 또한 어느 정도 보호된 시장이 형성된 분야에서 큰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 결국 우리나라 SW업체들에게는 그런 시장 상황을 노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유효한 전략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거기에 송곳이 구멍을 뚫어 내듯이 타깃이 되는 한 점을 찾아서 꾸준하게 힘을 가한다면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까지 포함한 훨씬 큰 기회가 올 것임을 믿는다.
◆최성호 키스톤테크놀로지 사장 shchoi@keystone.co.kr